[ 안혜원 기자 ]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9조원을 돌파하는 호(好)실적을 올렸다. 2013년 3분기 이후 13분기 만에 최고치다. 분기 영업이익으로 역대 세 번째 높은 실적이기도 하다.
갤럭시노트 7 발화 사고와 단종 여파의 악몽을 완전히 떨쳐낸 모습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노트 7 단종 여파로 실적 개선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반도체가 효자 역할을 했다. 지난해 4분기 들어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우호적인 환율 효과도 가세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실적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봤다. 주주환원정책 강화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을 내놨다.
◇ 반도체 호황·환율 효과가 '깜짝 실적'
24일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015년 동기보다 50.11% 증가한 9조220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0.03% 증가한 53조3317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과 매출은 각각 77.32%, 11.54% 늘어났다.
실적 개선의 주역은 반도체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작년 4분기에 4조9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기존 최대 실적이었던 2015년 3분기의 3조6600억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우선 주력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 판매 가격이 4분기 들어 각각 40%, 17%씩 오르면서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다. 환율 환경도 우호적이었다. 4분기 석 달간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원가량 오르면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약 8000억원 늘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품 가격이 오른데다 우호적 환율 효과가 가세하면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특히 삼성전자는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높아 달러 강세 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분기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로 영업이익이 1000억원에 그쳤던 IT모바일(IM) 부문은 4분기 들어 2조5000억원으로 이익 정상화에 성공했다. 갤럭시 S7·S7 엣지와 중저가 모델의 판매 확대와 비용 절감 노력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송 연구원은 "IM 부문의 경우 노트7 단종으로 인한 실적 악화를 마케팅 등의 비용 축소로 상당 부분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 주주환원정책 강화 기대감에 주가 '훨훨'
삼성전자의 실적 상승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분기에는 비수기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할 수 있지만 연간 이익은 전년보다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예측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1개월 이내 추청치를 내놓은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추정치)는 각각 49조524억원, 8조7742억원이다. 삼성증권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9조74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 컨센서스도 39조8155억원으로, 40조원에 육박했다. 연간 최대치를 제시한 SK증권은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5조16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도 반도체 가격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봤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의 수요 초과 현상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치였던 2013년보다 높은 44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양호한 실적 덕분에 주가 흐름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강화된 주주환원정책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탠다. 송 연구원은 "올해는 작년 대비 이익이 증가하면서 주주환원정책을 진행할 만한 여력이 더 생긴다"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정책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주가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과 노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기대했다. 이들은 목표주가를 230만원으로 잡았다. 이 연구원은 "6개월째 목표주가 23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며 "추후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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