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건보료 부과체계 17년 만에 대수술
저소득 지역가입자 '경감'
자동차·재산 등 '평가소득' 폐지…1만3100원 최저보험료 도입
퇴직자 부담도 줄어
재산·자동차 부과 비중 낮춰 건보료 폭탄 다소 완화
무임승차는 해소
연금 등 연 3400만원 초과…피부양자 자격 박탈
[ 심성미 기자 ]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의 핵심은 두 가지다. 직장가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겁게 부과되고 있는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을 줄여주고, 소득이 많은 피부양자나 직장가입자의 부담은 늘리겠다는 것이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에도 재산, 자동차, 성, 연령을 반영해 건보료를 내도록 한 형평성 문제와 고소득 피부양자의 무임승차 논란이 수십년간 제기돼온 것을 잠재우겠다는 게 개편안의 취지다.
◆‘송파 세 모녀’ 건보료 70%↓
정부는 우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을 키운 ‘평가소득제’를 없애기로 했다. 현행 부과체계는 실제 수입과 상관없이 가구 구성원의 성별과 나이, 재산, 자동차를 기준으로 ‘평가소득’을 추정해 보험료를 부과한다. 이 때문에 2014년 동반 자살한 ‘송파 세 모녀’의 경우 일정한 수입이 없는데도 매달 3만6000원의 보험료를 내야 했다.
평가소득제를 폐지하는 대신 연 소득 100만원 이하(단계적으로 연 소득 336만원 이하로 상향)인 지역가입자에겐 ‘최저보험료’ 월 1만3100원을 부과한다. 최저보험료 적용 대상이 아닌 지역가입자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종합과세소득과 재산, 자동차를 기반으로 보험료가 매겨진다.
재산, 자동차 기준을 폐지하고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자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안과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대신 정부는 재산 일부를 보험료 부과대상에서 공제하고, 단계적으로 공제폭을 높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적용하면 지역가입자의 77%에 해당하는 583만가구의 보험료가 지금보다 평균 20%(월 2만원) 인하된다.
◆직장→지역 전환 시 부담 완화
현행 부과체계에서 가장 문제가 된 집단 중 하나는 퇴직자다. 직장에 다닐 땐 보수월액의 3.06%만 내면 됐지만 실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소득뿐 아니라 재산, 자동차 등에도 보험료가 부과돼 내야 할 건보료가 종전보다 두세 배 이상 껑충 뛰기 때문이다. 야당안을 적용하면 소득이 없는 퇴직자의 건보료는 크게 줄지만 정부 개편안대로라면 부담이 소폭 낮아지는 데 그친다.
예컨대 월 240만원을 벌고 아파트 1채(과표 1억2000만원), 2000㏄ 자동차를 소유한 A씨는 직장에 다닐 땐 월 7만3000원만 내면 됐지만 실직 후에는 16만4000원으로 부담이 늘어난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11만7000원으로 낮아진다.
◆고소득 피부양자 건보료 부과
소득이나 재산이 많지만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돼 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내던 이들도 건보료를 내야 한다. 지금까지는 금융소득이나 근로·기타 소득이 각각 연 4000만원을 넘지 않고 과표 재산이 9억원 이하면 피부양자로 등재될 수 있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피부양자 제도를 아예 폐지하자고 제안했지만 정부는 피부양자 등재 요건을 강화하는 데 그쳤다. 개편 후에는 합산소득이 연 3400만원(단계별로 2700만원→2000만원으로 낮아짐)을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재산 요건은 과표 5억4000만원(단계별로 3억6000만원으로 낮아짐)으로 강화된다. 이렇게 되면 건보료를 한 푼도 안 냈던 피부양자 중 7만가구(10만명) 정도가 월평균 18만6000원을 내야 한다.
피부양자 인정 범위도 축소된다. 형제 자매는 장애인이거나 30세 미만, 65세 이상일 때만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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