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 엔터회사 FNC애드컬쳐(에프엔씨애드컬쳐)가 CJ E&M 안석준 전 음악 대표(사진)를 새 수장으로 맞았다.
이 회사는 유재석(개그맨), 정진영(배우), 씨앤블루(가수), 설현(가수) 등이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 자회사로, 드라마와 예능 제작을 주로 한다.
안 신임 대표는 삼성영상사업단에서 출발해 워너뮤직코리아 부사장과 CJ E&M 음악 부문 대표를 지내며 음악계 '미다스 손'으로 불렸다. 드라마 제작에 뛰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그를 만나 음악이 아닌 드라마에 대한 생각과 계획을 들어봤다.
◆ "제작비 늘었는데 산업화 글쎄"
"요즘 드라마 한편 만드는데 100억, 200억원씩 들어갑니다. 대부분이 배우 개런티(출연료)와 작가 원고료예요. 거품을 좀 뺄 필요가 있죠. 스타 배우, 스타 작가 보다는 시장을 산업화하는 게 더 중요한 일입니다."
이달 초 취임한 안 대표는 한국 드라마 시장에 제작비 거품이 많이 끼었다고 진단했다. 한류와 해외 진출을 앞세워 수백억원짜리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시장은 불어나는 제작비만큼 성숙해지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 블록버스터 영화 수준으로 제작비를 투입한 작품이 많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도깨비'(tvN)와 '푸른 바다의 전설'(SBS)은 각각 160억~2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쏟아부었다.
앞서 나온 '태양의 후예'(KBS)와 '달의 연인'(MBC)은 130억~15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오는 26일 첫 방영하는 사임당(SBS)도 20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외 촬영과 후반 CG작업 등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데 따른 것이지만, 한류 톱스타와 유명 작가의 비싼 몸값 때문이기도 하다.
제작사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개런티를 감수하고라도 중국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해 이들을 기용한 값비싼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문제는 최근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빌미로 한국 드라마와 예능 등을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실시하면서 드라마 수출길이 막혔다는 점이다.
안 대표는 한한령이 드라마 시장에 큰 타격을 주고 있지만, 거꾸로 거품을 걷어낼 수 있는 기회도 준다고 봤다.
"한한령은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오히려 기회일 수 있죠. 중국 시장을 고려해서 비싼 제작비를 들였던 드라마들은 거품을 빼야 합니다. 개런티를 현실화하고 기획·제작 역량을 키우는 데 더 몰두해야 해요."
안 대표는 제작비 거품을 빼는 일 못지않게 드라마 시장이 산업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드라마 시장이 톱스타에 의존하거나 힘있는 방송사 위주로 돌아가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들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장을 만드는 제작자나 업계가 꾸준히 사업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보호해 줘야 합니다. 정부나 방송사, 대기업 모두 조금씩 양보하면서 시장을 키워가는게 중요해요. 제도나 비즈니스적으로 힘을 쥐고 있는 누군가가 대승적 차원에서 그걸 내려놔야죠."
◆ "제작 역량 내재화…내실 추구"
안 대표는 올해 FNC애드컬쳐도 거품과 군살을 빼고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마와 예능 제작 편수를 무리하게 늘리기 보다는 제작 역량을 내재화해 흑자를 내겠단 목표다.
이를 위해 주말과 일일, 미니 시리즈를 포함해 최대 3편의 드라마와 1~2편의 예능으로 제작을 압축할 계획이다.
우선 이달 말 KBS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 '신드롬맨'을 선보이고, 4월 SBS에서 주말 드라마를 방영한다.
"보여주기식 제작은 지양할 겁니다.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둬야죠. 다른 기획사보다 유리한 건 배우와 가수, 개그맨 등 다양한 아티스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들과 손잡고 우리만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안 대표는 장기적으로 드라마 제작 시장에 '레이블' 시스템을 도입하는 걸 꿈꾸고 있다. 그는 CJ E&M 음악 부문 대표로 있을 당시 미국식 레이블 시스템을 적용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CJ E&M이 자체 보유한 아티스트 외에도 가능성 있는 음악 기획사 또는 아티스트에 투자해 이들의 콘텐츠 제작과 음원·음반 유통을 공유한 식이다. 안 대표는 젤리피쉬, 하이라이트레코드, MMO 등 다양한 기획사와 레이블을 구축했다.
"한 명의 가수를 키우는 건 파급력에 있어 한계가 있죠. 대신 레이블을 키우면 시장이 훨씬 폭넓고 다양해집니다. 드라마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가져와서 성공시키고 싶습니다. 좋은 드라마 제작사와 계속 손잡아야죠. 역량있는 건실한 제작사를 인수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