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 특수 실종 우려
중국, 한국행 전세기 금지로 유커 예약자 수 반토막
춘제 매출 20% 하락 예상…면세점 수수료만 급등
신규 시내면세점 등 타격
[ 정인설 / 김명상 기자 ]
동화면세점의 판촉담당 직원들은 요즘 좌불안석이다. 올 들어 급감한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어떻게든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끌어와야 해서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면세점의 하루 방문객은 2500명 이상이었다. 서울에 시내면세점이 많이 생겼어도 광화문 사거리라는 좋은 위치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등을 문제삼아 저가 단체 여행과 한국행 전세기 운항을 금지하면서 방문객 수가 반 토막 났다. 정석원 동화면세점 차장은 “중국 정부가 1월부터 한국행 전세기 노선을 불허하면서 유커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기간(1월27일~2월2일) 실적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님은 주는데 수수료만 급등
국내 면세점업계의 대표적 성수기로 꼽히는 춘제를 앞두고 면세점의 분위기가 어둡다. 손님은 줄어드는데 올해부터 정부에 내야 하는 면세점 수수료는 최대 20배로 늘었다. ‘사드 유탄’과 ‘수수료 폭탄’을 동시에 이겨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2위 여행사인 모두투어는 17일까지 예약 기준으로 춘제 기간을 포함해 1월 중국 단체관광객 수가 1년 전보다 40%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여행업계는 올해 춘제 기간 중국 단체관광객 수가 작년보다 약 5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마포에 있는 한 중국인 전문 여행사의 상황은 역대 최악이다. 작년에 비해 예약이 60%가량 감소했다.
면세점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 시내 대형 면세점들은 올해 춘제 기간의 매출이 작년보다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면세점들은 중국인 개별관광객(싼커)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권 국가로 모객 범위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 관광객은 유커만큼 씀씀이가 크지 않아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부터 면세점 수수료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작년까지 매출의 0.05%였던 대기업형 면세점 수수료율이 올해부터 매출 구간별로 0.1~1%로 올랐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해 43억원이었던 면세점 수수료가 올해 394억원으로 9.1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협회 관계자는 “공항면세점이나 적자를 내는 신규 시내면세점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광객 수도 뻥튀기 논란
여행 및 면세점업계의 우려와 달리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춘제 기간 방한하는 유커 수를 작년보다 4.4% 늘어난 14만명으로 예상한다. 사드 보복으로 단체 여행객은 줄어도 중국 정부 영향을 덜 받는 싼커 수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서다.
업계는 이 수치를 믿지 않는다. 매달 관광공사가 발표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에는 쇼핑할 가능성이 낮은 방문객이 포함돼 있어서다. 관광공사는 해외 유학생이나 외국인 근로자도 관광객으로 분류한다. 국내 대학에 입학한 중국인 유학생이나 한국 기업에 취업한 중국인 근로자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잡는다는 얘기다. 재외동포가 방한해도 통계상으론 외국인 관광객으로 집계된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유학생이나 근로자 등을 외국인 관광객에 넣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관광공사가 발표하는 외국인 관광객 중 20% 이상은 쇼핑과 관계없는 입국자”라며 “업계에선 중국을 비롯한 현지 여행사를 통해 실제 국내로 들어올 관광객 수를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김명상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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