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성·신소현 오이뮤 대표
"사라지는 물건 되살리자"
수익보다 '가치 있는 소비'
고급향수 업체서도 러브콜
[ 이민하 기자 ] ‘성냥을 만들어서 팔아보자.’ 주변에서는 다들 고개를 저었다. 성냥은 현재 케이크용 촛불세트나 파티소품 등으로 근근이 명맥만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말렸지만 전민성·신소현 오이뮤 공동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쓰임새가 별로 없는 성냥이지만, 현대적인 디자인을 입히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업 가능성이 없어 보였던 성냥은 ‘대박’이 터졌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불티나게 팔렸다. 첫해 매출만 6000만원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1억5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유명 브랜드에서 ‘러브콜’도 쏟아졌다. 출판사 ‘민음사’는 성냥팔이소녀 등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에 맞춘 성냥 패키지를 의뢰해왔다. 고급향수·향초 브랜드인 ‘딥디크’도 VIP 고객 패키지를 주문했다. 영화 배급사와 연예 기획사에서도 협업 요청이 줄을 이었다. 전 대표는 “큰 수익을 바랐던 게 아니라 좋아서 시작했던 일인데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요즘의 소비문화와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이뮤는 브랜드 기획자인 전 대표와 현대카드 디자이너 출신인 신 대표가 2015년 설립한 디자인업체다. 기존 전통제조업 물품에 요즘 디자인과 스토리를 입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방 한구석에 있던 팔각성냥이나 거실 벽에 걸린 뻐꾸기시계, 새빨간 고무대야 같은 물품을 다시 팔리는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성냥 판매는 팔각성냥 제조업체 유엔성냥을 직접 찾아가 성사시킨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두 사람은 성냥 판매가 사업적인 성공 여부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 대표는 “더 이상 팔리지 않는 물건들을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에 자비 300만원을 털어서 시작한 게 성냥 디자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절이나 제사에 의례용품으로 쓰이는 ‘향’을 일상용품으로 재디자인한 ‘에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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