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구도 '문재인 vs 반문재인'으로 가나
반기문 "정치 교체" 주장에 문재인 "박근혜 정권 연장하겠다는 얘기"
새누리·바른정당 등 개헌 고리로 반기문과 연대 모색
[ 홍영식 선임기자/김채연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하면서 대선 ‘프레임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세우는 ‘정권 교체’에 반 전 총장이 ‘정치 교체’로 맞불을 놓으면서다. 상대는 견제하고 자신의 지지층을 묶는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 된다”며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를 정면 겨냥한 것이다. 문 전 대표까지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 대선판을 흔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상가 건물에서 열린 ‘함께 여는 미래, 18세 선거권 이야기’ 간담회에 참석해 “정치 교체는 정권 교체로만 가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권 교체를 말하지 않고 정치 교체를 말하는 것은 그냥 박근혜 정권을 연장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고 비판했다. 또 “정권 교체를 통해서만 구체제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대개조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두 주자의 ‘정권 교체-정치 교체’ 프레임 전쟁은 대선판을 달구는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선 구도를 가르는 또 하나의 요소는 개헌이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은 결국 공적 시스템 작동을 왜곡시킨다”며 “분권과 협치를 위해 대선 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5년 단임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1987년 체제’를 끝내고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반 전 총장이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 반드시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표를 겨냥해 “유독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가 반대하면서 시대적 과제인 개헌을 어렵게 해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국회 개헌특위 간사인 이철우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 개헌특위를 구성했다.
새누리당이 반 전 총장 귀국 직후 개헌 카드를 꺼낸 것은 대선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개헌을 고리로 반 전 총장과 연대를 모색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 전 총장은 개헌에 찬성의 뜻을 나타낸 바 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가 제기한 ‘대통령 임기 단축 및 2020년 총선·대선 동시 시행’ 주장에 대해서도 수용 의사를 나타냈다. 정병국 바른정당 창당준비위원장은 “‘1987년 체제’를 새로운 헌법 질서로 바꾸는 것도 정치 교체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개헌에 적극적이다.
새누리당까지 개헌에 가세하면서 대선 구도가 ‘문재인 대 반(反)문재인’ 구도로 짜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영식 선임기자/김채연 기자 yshong@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