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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드라마에 열광…때아닌 '일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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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한·일관계와 달리 일본 문화콘텐츠 인기
애니 '너의 이름은.' 개봉 8일 만에 160만명 돌파
CJ E&M, 드라마 '마더' '그녀는…' 리메이크 예정



[ 고재연 기자 ] 직장인 김수빈 씨(29)는 다음달 생애 첫 일본 도쿄 여행을 할 계획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에 등장하는 장소를 직접 가보고 싶어서다. 이 작품은 도시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의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도쿄 시나노마치역에서 보이는 도코모타워와 육교, 스가신사 앞 계단, 요츠야역 광장, 신주쿠경찰서 뒤편 교차로 등 유명 관광지는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소들을 돌아볼 계획이다.

하나투어는 영화 흥행에 힘입어 미츠하가 사는 가상의 마을 이토모리의 모티브가 된 일본 혼슈 기후현을 돌아보는 ‘너의 이름은 성지 순례’ 상품을 내놨다.

소녀상 설치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는 가운데 일본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관련 소설도 인기다. 방송계와 영화계에서 일본 드라마와 영화 리메이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예전에는 한·일 관계 때문에 일본 콘텐츠 소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제는 군국주의적 요소가 없는 작품이라면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소비문화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너의 이름은.’은 개봉 8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62만8061명을 기록했다. 할리우드 신작들의 공세에도 8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교보문고에선 신카이 감독이 쓴 원작 소설 《너의 이름은.》(대원씨아이)이 주간(4~10일) 베스트셀러 종합 4위, 영화에 담지 못한 네 편의 이야기를 담은 번외편 《너의 이름은. Another Side: Earthbound》(대원씨아이)가 종합 9위에 올랐다. 각각 8계단, 28계단 순위가 상승했다.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도 활발하다. 지난해 ‘굿와이프’ ‘안투라지’ 등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tvN은 올해 일본 드라마 ‘마더’와 만화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를 리메이크한다. ‘마더’는 학대받는 소녀를 납치해 소녀의 어머니가 되기로 한 여자의 이야기, ‘그녀는…’은 인기 밴드 작곡가와 그의 연인이자 최고 인기를 누리는 여가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일본 영화 ‘골든슬럼버’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도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지난 연말에는 일본 영화 ‘키 오브 라이프’를 리메이크한 ‘럭키’, 일본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jtbc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흥행에 성공했다. CJ E&M 관계자는 “일본 콘텐츠는 다른 나라 작품에 비해 국내 정서에 잘 맞고, 톡톡 튀는 소재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일류(日流)’가 다시 문화시장의 주류로 뜨는 이유가 뭘까.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대중성을 확보하려고 시도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너의 이름은.’은 ‘소년과 소녀의 연애가 세계 운명을 좌우하는 문제로 직결된다’는 일본 특유의 ‘세카이계(セカイ系)’ 문화를 담고 있다. 다소 마니아적인 설정에도 일본 도호쿠 대지진의 상처를 어루만진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더했다.

신카이 감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지진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를, 사랑과 연애에 주저하는 젊은이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마더’ 역시 ‘유괴’라는 자극적인 설정에 세계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느낄만한 메시지를 담아 인기를 끌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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