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규연 산단공 이사장
産團 고령화로 기술인력 공동화
전국 17개 혁신산업단지 공간 재편, 청년층 몰려드는 공간으로 재창조
융복합기술 개발 미니 클러스터 2018년까지 100개로 늘릴 계획
[ 김낙훈 기자 ] 황규연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57)이 취임 4개월을 맞았다. 작년 9월12일 지휘봉을 잡은 뒤 그는 공식적인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성격 자체가 조용히 일하는 스타일인 데다 업무 파악과 사업 계획 수립 등 할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입주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임직원과 머리를 싸매고 있다. 황 이사장을 연초 서울디지털단지에 있는 서울본부에서 만났다. 국회에 갔다가 서울본부에 잠시 들른 그를 만난 것은 불황에 시달리는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복안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산업단지는 국가 경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 산업단지는 2015년 기준으로 총 1124개, 입주기업은 약 8만5000개에 이른다. 전체 제조업 중 기업 수로는 22%, 생산 66%, 수출 69%, 고용은 55%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단지 관리를 총괄하는 그는 오랫동안 산업부에서 일해왔다. 산업정책, 유통정책, 신산업정책 등을 다뤘고 무역위원회 상임위원을 끝으로 잠시 쉬다가 산단공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산업기반실장 재직 시 노후산업단지 환경개선사업, 산학융합지구 확충, 클러스터사업과 규제프리존 정책을 입안해 산업단지를 ‘창의·융합 산업의 성장공간’으로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는 “산업부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산업단지 현장에 잘 접목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산업단지를 한국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창의적 공간으로 육성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요즘 경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올해 어떤 것을 중점 추진할 생각인가요.
“기업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는 눈부실 정도입니다. 이에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기반 조성과 기초체력 다지기에 총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특히 ‘뉴플레이어 기업’ 육성에 전력을 쏟을 계획입니다. ‘뉴플레이어 기업’은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는 중후장대형 주력산업을 대체해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최신 고부가가치 산업을 이끌 수 있는 기업을 의미합니다.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고 전통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이 결합하는 기술 융복합을 통해 미래 먹거리 산업을 집중 육성할 생각입니다.”
▷신산업을 선도할 ‘뉴플레이어’ 육성을 위해선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야 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신산업 진입 장벽을 과감하게 철폐해나가겠습니다. 그래야 새로운 분야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협업이 중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개별 기업 혼자 성과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전국의 미니클러스터와 경영자협의회 등과 연계해 ‘테크 플랫폼(Tech-Platform)’을 구축해 기업 간 협업을 강화하도록 하고 상생발전의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스마트 산단 및 지능형 공장 구축사업도 한층 강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은 절감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산업단지 내 고령화가 심합니다. 산업단지에 젊은 인재들이 와야 미래먹거리를 개발할 수 있지 않나요.
“현장인력 고령화로 수년 내에 기술인력 공동화가 우려될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인력을 어떻게 산업단지로 유입시키느냐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입니다. 우선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사업을 통해 일학습 병행 문화를 조성해나가고, 기업투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산업단지와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개선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겠습니다. 문화복지시설, 편의시설 등을 확충해 정주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산업단지를 청년층과 우수인력이 모여드는 공간으로 재창조할 생각입니다. 지역별 인력양성협의회 등을 통해 인력 미스 매치를 해소하는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낡은 단지를 과감하게 리모델링하는 것도 필요하죠.
“맞습니다. 이를 위한 프로젝트가 혁신산업단지 구축입니다. 지난해까지 전국 17개 혁신산업단지 선정을 완료했습니다. 여기엔 남동 반월시화 구미 등 주요 단지가 포함돼 있습니다. 올해 685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산업단지 혁신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쉽게 말하면 낡은 단지를 새것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하지만 외형만 바꾸는 게 아니라 경쟁력을 높이는 프로젝트가 동시에 추진돼야 합니다. 선정된 17개 혁신산단의 공간을 재편하고 업종을 고도화하겠습니다. 혁신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선 민간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 재원은 마중물일 뿐입니다. 민간 투자 촉진을 위한 각종 법령과 제도 개선, 규제 완화를 병행해 추진할 생각입니다. 정부와 협의해 노후산업단지특별법에서 정한 경쟁력강화사업을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부평, 창원, 여수, 대불 등에 건립 예정인 4개 혁신지원센터도 차질없이 건립해 노후단지 업종 고도화와 입주기업 성장 지원을 위한 시설로 운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형 히든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선도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죠.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말 그대로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각 분야에서 세계적 우위를 점하고 있고 외형보다는 고유의 전문성과 세계화를 지향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산단공에서는 이들 히든챔피언처럼 특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해 매년 50개씩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총 300개 기업을 선정해 집중 육성할 계획입니다. 선정된 기업에는 자금, 인력, 기술, 홍보, 마케팅 등 패키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커갈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대구 소재 산단공 청사에 구축된 명예의 전당에 헌정하고, 생산제품 및 기업 소개자료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국내외 방문객에게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불황 속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지만 소리소문없이 급성장하는 우량기업도 곳곳에 있죠.
“산업단지 내에는 우량한 기업이 많습니다. 이들 우수기업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공동협력사업 확산을 위해 글로벌 선도기업 협의체인 ‘리더스 클럽’과 전국 85개 미니클러스터를 통해 다양한 교류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업 간 벤치마킹 기회도 대폭 확대할 계획입니다. 예컨대 반월시화산단 내 자동차부품기업인 동양피스톤은 스마트공장 대표기업으로서 다양한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으며, 관련 노하우를 광범위하게 공유 중입니다. 우량기업이 성장 가능성이 있는 유망기업의 멘토 역할을 수행하면서 기술개발부터 마케팅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더욱 강화해 동반성장을 선도해나가겠습니다.”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산학연 클러스터 활동이 중요한데요.
“클러스터사업은 정부 지역발전사업 평가에서 2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획득하는 등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기술이전 및 기술사업화를 본격 추진하고, 기업 간 협업으로 생산제품을 모듈화, 패키지화해 고부가가치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입니다. 전국 7개 기업성장지원센터의 기능을 연구개발 분야에 집중해 신산업 창출과 육성의 촉진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기업부설연구소 설립을 활성화하고 우수기술연구센터(ATC)로 선정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나가겠습니다. IBK성장협력재단과 공동으로 기술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증권시장 상장 설명회도 전국적으로 10회 이상 개최할 예정입니다. 기술 및 경영노하우를 교류하고 융복합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미니클러스터’ 운영을 외부에 개방해 특정 프로젝트 중심의 개방형 미니클러스터를 확산하고, 신규 아이디어 및 사업기술 등의 경진대회도 개최하겠습니다. 미니클러스터는 2016년 85개에서 2017년 92개, 2018년에는 100개로 늘릴 계획입니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현재 국가 경제와 입주기업의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역경을 헤쳐나가는 ‘불굴의 DNA‘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기 뒤에 반드시 기회가 오는 것처럼 경기순환에도 사이클이 있게 마련입니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에 투자하는 등 미래를 대비하는 기업가정신이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업 간·기술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술변화가 급격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입니다. 환경 변화를 정확하게 읽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함으로써 신산업 발전에 따른 새로운 기회 창출의 시기로 활용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미래는 준비하고 대응하는 자의 몫’이라는 말씀을 드리며, 산단공에서도 산업단지와 입주기업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기 위해 ‘국가산업현장 돌보미’로서의 역할을 더욱 성실히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글=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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