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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프로의 유구무언] "골프란 골프공을 최저 타수로 홀에 넣는 것" 동반자와 승부, 기본을 놓치면 백전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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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골프란 무엇인가


필드에 새 해가 떴다. 지난해 느지막이 칼럼을 시작해 맨 먼저 하고 싶었던 말을 미뤘다. 바로 ‘골프란 무엇인가’다.

나는 ‘골프란 골프 볼을 최저 타수로 홀에 집어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당연한 이 정의를 늘 되새긴 것이 내가 독학으로 프로 골퍼가 된 비결이다.

스코어 카드에는 한 홀 한 홀을 각각 몇 타로 끝냈는지, 그래서 18홀 합계는 몇 타인지를 기록한다. 거기에는 드라이버샷을 몇 야드 보냈는지 또는 150m 거리에서 몇 번 아이언을 잡았는지, 파5 홀에서 투 온에 성공했는지 따위를 기록하는 자리는 없다. 파5 홀에서 엄청난 완력으로 2온해 가볍게 잡아낸 버디와 티샷과 세컨드샷 때 페어웨이를 지켜낸 뒤 그린 가까이 와서 세 번째 어프로치샷으로 홀에 바싹 붙여서 만들어낸 버디를 나누지도 않는다. 이글이나 홀인원 같은 기적 같은 일을 했다고 자동으로 컷오프(cutoff, 예선 탈락)를 면제시켜 주는 대회는 없다. 골퍼는 오로지 타수로 겨룬다.

독자에게 골프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은 골퍼로서 인생을 가른다. 그 답은 골프 클럽을 장만하는 것부터 영향을 미친다. 나처럼 생각하는 골퍼들은 득점하기에 가장 좋은 클럽을 구성한다. 웨지를 여러 개 갖추고 긴 채들은 최소한으로 챙긴다. 자신에게 잘 맞는 강도와 무게 그리고 헤드 모양을 고르는 것은 물론이다. ‘남자라면 샤프트는 S를 써야 한다’거나 ‘아이언은 머슬백(통쇠를 깎아 만든 아이언 헤드)’이라는 자기 만족에 앞서서 말이다.

연습할 때도 마찬가지다. 드라이빙레인지에서 드라이버만 쉴 새 없이 때려대지 않는다. 드라이버샷은 여남은 개로 간단히 마치고 어프로치 연습에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그것이 바로 점수를 내는 길이기 때문이다. 퍼트를 연마하는 데도 공을 들인다. 지독한 지루함을 이겨내면서 말이다. 승부를 가르는 것이 바로 퍼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끈하지는 않지만 득점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도 익히려고 노력한다. 벙커샷이나 펀치샷 따위가 그런 것이다.

그리고 라운드 때는 반드시 ‘골프’를 친다. 골프가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 변질시키지 않고 말이다. 라운드를 앞두고는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 음주도 삼간다. 평소에도 힘과 유연성을 기른다. 라운드 당일에는 일찌감치 골프장에 도착한다. 그래서 몸을 충분히 풀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골프장마다 다른 환경(예를 들면 퍼팅 그린의 빠르기)도 체크한다. 그러고 동반자와 승부를 즐긴다. 이것이 골프다.

내가 아는 한 골프 고수들은 나와 같거나 거의 비슷하게 골프를 정의한다. 프로는 말할 것도 없고 아마추어 강자들도 마찬가지다. 잘 쳐서 골프를 그렇게 정의하는지 아니면 정의를 그렇게 해서 잘 치게 됐는지는 독자 스스로에게 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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