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 문명의 용광로, 다시 부활하는 미국
세계일류들이 모여들어 경쟁하며 세계 최고의 문명을 창출해 내는 문명의 용광로. 미국경제학회 연차총회 참석차 며칠 미국에 머물면서 느낀 감회다. 미국은 모든 분야의 세계 일류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정상이 되기 위해 경쟁하면서 새로운 문명을 창출해 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인도 중국 등 세계 우수 인재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계속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을 창출해 내고 있다. 구글의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는 인도인이고 알파고의 발명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영국인이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세계최고의 뮤지컬들이 무대 위에 올지고 월가에서는 세계 최고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글로벌 금융중심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국의 유명 야구 골프선수들이 미국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듯이 풋볼 야구 농구 골프 등 스포츠도 세계일류들이 모여 경쟁하며 세계최고의 기량을 뽐내면서 스포츠를 튼튼한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즐비한 세계일류대학들에서는 매년 노벨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일류들의 경쟁 속에서 인공지능 무인자율주행차 등 인류의 새로운 문명이 창출되고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은 새로운 인류문명을 창조하느냐 약탈과 파괴로 혼란을 초래하느냐로 구분할 수 있을 듯 하다. 일류들 뿐만 아니다. 중남미 아시아 등 후진국들로부터 수 많은 이민자들이 모여들며 기회의 나라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다. 말하자면 미국은 인류와 문명의 용광로 같은 곳이다. 오죽하면 너무 많은 이민자들 때문에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마저 비명을 지를 정도다.
무엇이 이처럼 세계일류들은 미국으로 모여들어 세계 최고의 기량을 뽐내게 하고 후진국 사람들은 후진국사람들대로 기회의 나라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꾸릴 꿈을 꾸게 하나. 한 마디로 미국은 자유 기회 경쟁 법치의 나라다. 미국정부는 무규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정해 놓은 법만 지키면 정부의 규제나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주어진 기회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거나 일하고 열심히 기업을 하는 만큼 성취를 이루고 돈을 벌고 그 번 돈은 노력한 사람의 몫으로 보장되는, 다시 말하면 사유재산권이 철저히 보장되는 나라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누구도 비난하거나 문제시 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 껏 즐기며 살 수 있는 사회가 미국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라는 명저로 유명해 진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 메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이처럼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가 ’포용적인‘ 나라라고 갈파했다.
대부호들이 한 채에 수백 억 원씩 호가하는 대저택에서 살며 호화요트를 가지고 카리브만에 휴가를 갈 때 일반인들은 배아파하기 보다는 캠핑카를 달고 록키산맥에 놀러가면서 행복해 하는 사회가 미국이다. 존 메이나드 케인즈가 ‘일반이론’에서 주장한 기업가의 ‘이윤동기’가 철저히 보장되고 그 때문에 혁신적인 ‘기업가정신’이 최고조로 고양되고 있다. 누구나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기회의 나라 미국으로 몰려들어 세계 최고의 문명을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경제학회 연차총회는 매년초에 열린다. 금년은 시카고에서 열리지만 매년 초 미국 주요 도시를 돌아가며 3만 명이 넘는 미국과 외국경제학자들이 모여 삼일동안 경제학의 향연을 벌인다. 말이 미국경제학회 유럽경제학회 아프리카경제학회 등 각종 경제학회가 참여하는 세계경제학회나 다름 없다. 너무 많이 모이는 대형학회이기 때문에 대형호텔을 서너개 사용한다. 금년에도 시카고 하얏트, 쉐라톤, 스위스호텔을 동시에 사용했다. 최대 주요 이슈는 역시 이달 20일 출범하는 미국 차기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바람직한가, 유효성은 있는가였다. 다음은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지, 그런 과정에서 급속히 추진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인류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과연 전환기 세계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등이 주요 주제였다.
먼저 새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 우호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적지 않은 우려도 대두되었다. 이 주제에 대해 한국경제연구원도 권태신 원장의 사회로 스티븐 데이비스(Steven Davis) 시카고대 교수,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UC버클리대 교수, 마틴 아이첸바움(Martin Eichenbaum) 노스웨스턴대 교수 등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들을 초빙해 라운드테이블 세미나를 개최했고 미국경제학회도 그레고리 맨큐(Greg Mankiw) 하버드대 교수의 사회로 제이슨 퍼먼(Jason Furman)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글렌 허버드(Glenn Hubbard) 콜롬비아대 교수, 앨런 크루거(Alan Krueger) 프린스턴대 교수, 존 테일러(John Taylor) 스탠퍼드대 교수가 새 대통령의 당면 경제 과제들에 대해 토론하는 전체회의 세션을 주최했다.
트럼프 대통령당선자는 ‘위대한 미국의 재건 (Make America Great Again)’을 기치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주요 정책으로는 대내적으로는 법인세 인하(35%→15%) 소득세 인하, 5년간 1조 달러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재정정책과 규제 혁파를 추진하며, 대외적으로는 중국제품에 45%, 멕시코제품에 3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릇한 미국 참여 자유무역협정의 전면 재검토를 통해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법인세 인하, 소득세 인하, 규제혁파를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5년간 1조 달러의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대해서는 데이비스 교수는 물론 아이켄그린 교수, 아이첸바움 교수도 재정적자를 확대를 초래하고 그 결과 달러화 강세를 초래해 미국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1980년대 같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의 쌍둥이 적자를 초래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정적자가 발생하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국채수익률이 올라가고 그 결과 달러화는 강세가 되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현재 미국경제가 실업률이 완전고용수준으로 보고 있는 5%보다 낮은 4.6%인 상태에서 재정지출 확대는 단기적으로도 수입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을 유발할 것으로 내다 보았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은 재정적자 확대와 더불어 달러화 강세를 더욱 가속화 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지적했다. 달러화가 5% 강세가 되면 3년간 실질수출이 3% 줄어들고 실질수입은 1.5%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실질GDP를 3년간 0.75% 감소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완전고용상태에서 무리한 재정지출 확대는 재정적자 무역적자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결론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공화당은 작은 정부를 주장해 온 이같은 무리한 재정지출 확대를 공화당이 어느 정도 수용하느냐도 변수가 될 것이라 지적도 있었다.
미국은 이처럼 더욱 악화될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 일본 대만 한국 등 주요 대미흑자국에 대해 수입관세율 인상, 자유무역협정 재조정 등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환율절상압력도 높일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중국의 무역보복은 물론 미국에서도 중간재를 수입해 생산하는 가치사슬 타격, 소비자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초래해 오히려 투자를 저해할 수도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미국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아울러 45%, 35%의 고율관세 부과는 경제비상상태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1974년 무역법’에 의해 미국대통령은 특정국가 특정상품에 대해 15%의 관세를 150일 한도 내에서 부과할 수 있을 뿐이어서 무역관련 공약을 이행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반영해 벌써 정권인수팀의 경제팀에서는 10% 정도의 관세부과가 논의되고 있다고 전언했다.
결국 트럼프 재정정책의 성패는 법인세를 파격적으로 인하하고 수입관세 장벽으로 예를 들어 법인세 때문에 본사를 아일랜드에 두고 있는 애플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고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GM자동차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는 등 외국에 나가있는 미국기업들이 귀국하고 한국의 멕시코공장들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등 외국기업들도 미국에 많이 진출하며 미국에서도 법인세 인하와 규제혁파로 많은 기업들이 신설되는 등 기업활동이 얼마나 활성화될 것인가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이러한 기업활동의 활성화로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두 배 정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선진국의 성장률 둔화가 이슈였다. 선진국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하버드대의 로렌스 서머스 교수가 2013년 11월 국제통화기금 포럼에서 제기하고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스탠리 피셔 미국 중앙은행(Fed) 부의장 등 저명한 학자들이 지지의견을 표명함으로써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세계경제 장기정체론(secular stagnation thesis)에 의해서 주의가 환기됐던 문제다. 당시 서머스 교수는 세계경제가 장기적으로 잠재성장수준 자체가 낮아지는 가장 큰 이유로 장기간의 경제위기 지속으로 노동력이 장기간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해 재능 기술 등 노동력이 저하되는 노동시장의 이력현상(hysterisis)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번 학회에서는 혁신과 생산성 저하가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우선 데일 조르겐슨(Dale Jorgenson) 하버드대 교수, 올리비에 블랑샤르(Olivier Blanchard)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의 경제성장은 금융위기로부터 회복은 되겠지만 장기적인 저성장기조가 고착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에 대해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 하버드대 교수는 특히 금융위기 이후의 성장둔화와 저생산성이 미국에서 시작되어 유로존 위기로 전이되고 현재는 중국과 아시아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는 슈퍼 부채사이클과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총요소생산성이 둔화되고 있으며 낮은 학력과 특정국가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투자증가율도 생산성의 둔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마틴 펠드스타인(Martin Feldstein)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유럽 일본이 모두 양적 완화 통화정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가 유럽 일본 보다 더 나은 성장으로 완전고용상태까지 도달한 이유를 △기업문화, △그러한 기업문화를 뒷받침하는 금융제도, △기업가정신 고양에 도움을 주는 대학교육제도와 △대형노동조합, 국유기업, 높은 세율의 장벽들이 없이 근로자와 일자리를 연결시켜 주는 노동시장에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라는 대주제하에 다섯 노벨경제학 수상자의 강연도 있었다. 로저 마이어슨(Roger Myerson) 시카고대 교수는 경제성장에 지배구조가 중요하다는 점이 근대 들어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세기 동안 세계발전의 모델이 되어 온 미국의 발전이 분권화된 연방제 민주주의에 기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한 원칙이 세계적으로 확산됨으로써 지방공공투자 확대, 민간투자 보호, 인류재능공급 증대 등을 통해 인류의 발전을 촉발해 왔다고 분석했다.
에드먼드 펠프스(Edmund Phelps) 콜롬비아대 교수는 서방의 경제성장이 대부분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 시작된 혁신에 의해 주도되어 왔으나 1960년대 들어 이러한 기업혁신이 급격히 약화되고 2006년 경 다시 약화되었다고 분석했다. 공급측면을 중시하는 우파경제학자들은 기업투자확대에 주목하는 반면 수요측면을 중시하는 좌파경제학자들은 수요촉진, 특히 정부의 사회간접자본투자를 주목하고 있지만 이 두 견해 모두 급속한 경제성장에 필수불가결한 기업혁신을 촉진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방세계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앵거스 디턴(Angus Deaton) 프린스턴대 교수는 세계화와 성장으로 빈곤이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감소되어 왔지만 세계화와 성장 과정 그리고 그에 따른 빈곤감소 과정에서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계층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실러(Robert J. Shiller) 예일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급속도로 빠른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만 예를 들어 인공지능(AI)이 사람마다 대체재로 작용할지 보완재로 사용될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힘들 정도로 이 변화가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새롭게 낮은 임금 직업을 가져야 되는 사람들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2016년에 주장한 ‘임금보험’ 제도 같은 위험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교수는 산업혁명이 보다 적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했던 것처럼 혁신은 임금 소득 부의 격차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변화가 초래할 그러한 변화에 대응해 대규모훈련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소득 임금 부의 대분기(Great Divide)에 대응하는 국가들과 그렇지 못한 국가들 간에 국제경제질서를 두고 마찰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약하면 지난 세기 동안의 세계경제발전은 많은 부분 분권화된 연방제 민주주의에 기초하고 있는 미국의 발전모델에 힘입은 것이며 이러한 미국의 성장은 우파학자들의 공급중시 주장이나 좌파학자들의 수요중시 주장보다는 혁신이 중요한 원천이었으며 그 결과 세계화와 성장으로 빈곤이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감소되어 왔지만 여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계층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는 그 결과에 대해 아무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새롭게 낮은 임금 직업을 가져야 되는 사람들을 위한 위험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예상되는 소득 임금 부의 대분기(Great Divide)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이처럼 미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현안과제는 물론 중장기 과제들에 대해서도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모여 다양한 논쟁을 벌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드러나게 마련인 최고의 전문가들이 정부정책에 참여함으로써 세계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말하자면 전문가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전문가시장이 없어서 허명만 높은 빅네임들이 정책을 좌지우지해 경제를 추락시키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는 많은 도전을 받아 왔다. 특히 중국이 도광양회에서 대국굴기로 변신해 주요 2개국(G2)로 명실공히 부상하면서 미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왔다. 그러나 이번 미국경제학회를 통해 미국이 다시 부활하고 그 원천은 혁신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국경제 세션은 여럿 열리며 중국문제를 환기시키고 있는 데 비해 한국경제 세션은 열리지 않았다.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는 냉혹한 각축전 속에서 한국경제를 올바르게 이해시킬 수 있는 학계차원의 경제외교를 위해서도 앞으로는 한국경제세션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