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위, 이르면 이달 말 결정
지난 3년 경영성과'합격점'
취임 후 사업 구조조정 주력
영업이익 2년 연속 '1조 클럽'
5G 등 신사업 육성 적극 나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 부담
정치 외풍 막는 게 최우선 과제
[ 노경목 / 이정호 기자 ] 오는 3월 말 임기(3년)가 끝나는 황창규 KT 회장(64·사진)이 연임에 도전한다.
황 회장은 6일 사내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에 연임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앞서 지난 4일 구성된 추천위는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 2017’ 참관을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는 황 회장에게 이날까지 연임 의사를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CEO 추천위 심사 시작
황 회장이 연임의 뜻을 나타내면서 추천위는 다음주부터 황 회장의 CEO 후보 결격 여부 심사에 들어간다. 추천위는 사외이사 7명 전원과 사내이사 1명(구현모 KT 경영 지원총괄 부사장)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김종구 법무법인 여명 고문변호사)을 제외한 7명 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황 회장은 단수 후보로 확정된다. 추천위 결정은 이르면 이달 말 나온다. 최종 선임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뤄진다.
작년 10월 이전까지만 해도 사내 안팎에선 황 회장의 연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임원 채용과 광고 몰아주기 의혹이 밝혀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황 회장은 작년 말까지 공식 외부 일정을 자제하고 연임에 대한 언급도 피해왔다. 하지만 지난 2일 ‘혁신기술 1등 기업’ ‘한계돌파’라는 공격적인 아젠다를 담은 신년사를 발표하고 CES행을 결정하는 등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연임 의지를 굳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KT 관계자는 “CES 일정을 계기로 황 회장의 연임 구상이 구체화했다고 보면 된다”며 “미뤄진 임원 인사도 다음주 귀국 후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가토피아’ 비전 제시
황 회장이 지난 3년간 이끌어낸 경영 성과만 놓고 보면 연임 자격은 ‘합격점’이란 평가다. 2014년 1월 취임 이후 유·무선 사업 차별화, 계열사 조정에 주력했다. 기가 인프라를 토대로 인간과 모든 사물을 연결하고, 기술융합 사업을 발굴하는 ‘기가토피아(GiGAtopia)’ 전략을 강조해 왔다. 통신 사업과 관련 없는 KT렌탈 등 17개사를 매각하는 등 통신 융합 사업에 ‘올인’하기 위한 기반을 닦았다.
2012년부터 3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던 KT는 황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15년 1조292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했다. 작년 실적도 유·무선 사업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조2137억원을 기록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5세대(5G) 통신 선제투자, 사물인터넷(IoT) 생태계 조성, 기업 LTE 서비스 등 신사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 개입 악순환 고리 끊어야
이 같은 경영 성과에도 불구하고 황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났듯 정치적 외풍의 연결 고리를 끊는 게 최우선 과제다.
KT는 2002년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민영화됐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임 CEO 중 연임에 성공한 남중수 전 사장과 이석채 전 회장이 정권 교체와 함께 불명예 퇴진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적폐 청산이 다음 정권의 화두로 떠오른 만큼 만약 황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보장된 3년 임기를 다 채울 가능성이 높다”며 “황 회장 스스로가 정치권과 정부의 경영 개입에 맞서는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노경목 /이정호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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