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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값 좀 아껴보려다가…대청소로 끝난 홈 로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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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으로

"커피숍 사장 3만명 시대
낭패로 끝난 로스팅 대신
커피 장인 스토리 전할 것"



[ 김보라 기자 ] 커피값을 줄이기로 했다. 작년 카드값 명세서를 보다 한숨이 나왔다. 게다가 그놈의 다이어리가 뭐라고. 연말에는 하루에 몇 잔씩 마셔댔다. 결국 2만원짜리 다이어리를 받겠다고 커피값으로 5만원을 더 썼다.

그래서 새해 첫날 커피볶기. 로스팅 기계를 샀느냐고? 아니다. 집에서 프라이팬을 집어들었다. 연말에 인터넷으로 케냐AA 생두 5000원어치를 주문했다. 1㎏의 콩이 왔다. 산수를 했다. ‘한 잔 내리는 데 30g 정도의 원두가 쓰이니, 이 정도면 30잔은 그냥 나오겠네. 대박!’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였다. 불 위에 팬을 15㎝ 정도 떨어뜨려 놓고, 팔목을 흔들어댔다. 현란한 동작을 15분쯤 했을까. 열을 받은 커피 콩들이 팝콘처럼 ‘탁, 탁’ 터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타닥타닥타다닥’ 경쾌한 소리가 났다. 고소한 냄새도 번졌다. 파랗던 원두가 까맣게 탔다. 마지막 단계가 하나 남았으니, 재빠른 냉각 작업. 여름 이후 창고에 방치한 선풍기가 등장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벗겨진 콩 껍질이 사방으로 날리기 시작했다. 벽지와 천장까지 온통 까매졌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커피 맛이 너무 써지거나, 발암 물질이 나온다는 무시무시한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결국 두 시간여에 걸쳐 집 대청소를 해야 했다. 로스팅 체험은 막노동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간 지출한 커피값이 터무니없진 않았다는 위안을 얻었다. 이후 단골 카페를 찾았을 때, 남이 내려준 커피 한 잔의 쾌감이란. 카페 사장은 “내가 커피 한 잔 제대로 내리겠다고 매일 생두 한 알 한 알 손으로 골라내고, 약배전, 중배전, 강배전 따로 볶아내는데 그런 ‘공감각적 작업’을 감히 집에서 하다니”라며 크게 웃었다.

작년 원두 수입 규모가 사상 최대치(13만8579t)였다고 한다. 작년 12월 기준 커피숍 사업자 수도 3만6106명. ‘커피공화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생각해본다. 내가 먹는 커피 맛도 그만큼 다양해졌을까. 주인장의 개성이 담긴 커피를 마시긴 더 어려워진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물로 나온 카페는 지난해 1506개로 1년 전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단다.

10개월간의 휴직을 끝내고 회사로 돌아와, 먹거리 담당 기자로 발령받았다. 다시 커피를 볶기 위해 프라이팬을 드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대신 크고 작은 점포에 둥지를 틀고, 미래를 꿈꾸는 수많은 커피 장인들의 스토리를 전하고 싶다.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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