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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공유하다, 흐르다, 되어가다…미래 담아낸 동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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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

케빈 켈리 지음 /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460쪽 / 1만8000원



[ 최종석 기자 ] 2047년 미래의 당신은 복합 주거단지에 산다. 아파트 우편함은 하루 네 번 비워지고 채워진다. 머리를 깎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자 30분 사이 우편함에 이발기가 도착한다. 옷은 소유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신문을 받아보듯 빌려 입는다. 날마다 다른 옷을 입을 수 입고, 입던 옷은 저녁 때 우편함에 그냥 집어넣으면 된다. 자동차와 카메라, 컴퓨터도 가장 최신 제품으로 빌려 쓴다.

집안의 모든 화면은 당신을 주시한다. 특히 손과 눈을 많이 지켜본다. 거울, 식탁, 냉장고, 액자 등 곳곳이 평면 화면으로 돼 있다. 허공에 손짓하고 눈을 주시하면 화면에 뉴스가 흐르거나 어젯밤에 보던 드라마가 나온다. 집안을 나오면 거리의 측면에는 당신만을 겨냥한 광고가 뜬다. 옆에 걷던 사람은 같은 화면에서 다른 영상을 본다.

지난 30년 동안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꿔놨다. 앞으로 30년에도 디지털 기술의 진화라는 강력한 흐름이 더욱 확장되고 확고해질 것이다.

미국 과학기술문화 월간지 ‘와이어드’의 공동 창간자인 케빈 켈리는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에서 기술의 진화가 가져올 피할 수 없는 미래의 변화에 대해 소개한다. 그는 이 변화의 힘을 ‘접근하다’ ‘추적하다’ ‘공유하다’ ‘흐르다’ ‘상호작용하다’ 등 12가지 동사로 분석하면서 “고정된 명사의 세계에서 유동적인 동사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힘은 서로 의존하고 서로를 가속시키는 힘이다. ‘공유하다’의 증가는 ‘흐르다’의 증가를 부추긴다. ‘화면 보다’는 ‘상호작용하다’와 떼어낼 수 없다. 저자는 12가지 힘이 궤적이지 운명은 아니라고 말한다. 미래에 어떤 제품이 득세할지, 어떤 기업이 이길지 추측하지 않는다. 대신 앞으로 30년간 나올 상품과 서비스의 일반적 추세를 예측한다. 이 힘들은 세계에서 고동치는 거대한 맥박처럼 현재진행형 추세라는 것이다.

저자는 ‘되어가다’라는 힘을 소개하며 미래의 모습을 알아보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가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듯 기술은 끊임없이 갱신된다. 한 도구를 얼마나 오래 썼든 끊임없는 업그레이드가 사용자를 초보자로 만든다. ‘되어가다’의 시대에는 누구나 새내기가 될 수 있고 더 심하면 영원한 새내기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지화하다’라는 흐름은 인공지능(AI)이 망 형태로 끊임없이 진화해 무언가로 인지화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던 일을 인공지능(AI)이 하게 되는 세계로 나아가게 하고 있다는 것.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기상천외한 수로 이긴 것처럼 AI가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은 인간과 전혀 다르다. 인간은 AI를 이길 수 없으며 AI와 공생하는 길을 찾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질문하다’ 또한 피할 수 없는 힘이다. 우리의 지식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만큼 질문은 훨씬 더 빨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답을 내놓는 기술은 어디에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질문하는 기술이 더욱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질문을 생성하는 기술이 인간이 탐험할 수 있는 새로운 대륙, 새로운 분야, 새로운 가능성을 생성하는 엔진이 된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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