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규제 고삐 죄는 정치권
세계는 규제 풀어 기업 뛰게 하는데…
보수신당은 정강·정책서 '재벌 개혁' 명문화
보수 적통 외치며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
야당 "2월 국회서 처리"…새누리, 보조 맞출수도
[ 홍영식 선임기자/박종필 기자 ]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좌클릭’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가칭)뿐만 아니라 새누리당도 ‘재벌개혁’이란 이름으로 대기업 규제 강화 경쟁에 가세했다. 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대기업 규제 강화 등이 핵심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고 새누리당도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있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과 영국 중국 등 주요 국가가 법인세 인하 및 기업규제 완화를 통해 성장동력 찾기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새누리, 보수신당과 선명성 경쟁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일하는 국회, 국민의 삶을 고민하는 책임있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차원에서 개혁입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헌법 등 보수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지 않는 법안이나 정책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전향적이고, 때론 과감하게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상향, 골목상권 활성화, 지역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등과 관련된 민생현안에 대해 야당에서 주장한 사안을 적극 수용,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촛불 민심이 요구하고 있는 개혁입법에 나서겠다”며 “비정규직 최저임금 문제에 전향적인 접근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현재 정책위원회 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순실 사태로 재벌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 지배구조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경제 생태계를 위해 상법·공정거래법의 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대기업 경영투명성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 다음 조속하게 당론을 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원내대책 회의 뒤 상법·공정거래법의 개정 방향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여러 가지를 검토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기업 규제에 부정적인 뜻을 갖고 있던 새누리당이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의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안 개정 공론화에 나선 것 자체가 규제 강화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법인세율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이런 태도는 상당수 지지층이 겹치는 보수신당의 좌클릭을 의식한 것이라고 정치권에선 해석했다. 보수신당이 ‘재벌개혁’을 내세우자 중도층 잡기 선명성 경쟁에 가세했다는 의미다. 보수신당은 정강·정책안에 ‘재벌개혁’을 명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구 보수신당 정책위 의장은 최근 “재벌개혁에 대해 야당과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보수신당의 한 축인 유승민 의원은 대기업 출자제한 강화, 징벌적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새누리당과 보수신당 모두 ‘진짜 보수’를 외치면서도 경제는 좌클릭에 나선 양상이다. “대선 표심을 겨냥해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야당 “5대 개혁법안 처리 박차”
윤호중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촛불 민심을 반영한 5대 개혁법안 처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상법·공정거래법안 개정을 포함한 재벌 개혁, 국정교과서 폐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배치·위안부 합의 중단, 검찰 개혁 추진 등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윤 의장은 “여·야·정 국정협의체와 상임위 논의를 거쳐 2월 안에 가시적 성과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 규제 관련 법안들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홍영식 선임기자/박종필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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