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2곳·영국 5곳…외국로펌 27곳
삼성전자 하만인수·라인 IPO 등 굵직한 기업자문서 '활약'
[ 김병일 기자 ]
“한국에 오기 전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일감을 땄습니다.”
미국 로펌 롭스앤드그레이의 김용균 대표변호사는 “한국에 있는 미국 자회사의 반부패혐의 관련 법률자문을 지난 5년간 18건이나 수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롭스앤드그레이는 2012년 7월 법무부로부터 처음 설립인가를 받은 ‘1호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다. 올 들어 넷마블게임즈가 미국 모바일게임사 카밤의 산하개발팀 카밤밴쿠버스튜디오를 인수할 때 넷마블 측을 자문했고, 캐나다연기금을 대리해 홈플러스 지분의 약 20%에 해당하는 5억달러 규모 지분 매입 관련 자문을 제공했다.
올해로 법률시장 개방 6년째를 맞은 외국 로펌들을 상대로 본지가 최근 조사한 결과 대체로 ‘한국에서의 비즈니스가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작년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 올해부터 3년간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기관으로 선정된 곳도 클리어리고틀립과 클리포드챈스 등 두 곳으로 늘었다. 2015년은 클리포드챈스 1곳뿐이다.
최대 고객은 삼성, 게임업체 등
국내에 진출한 영미 글로벌 로펌들은 한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돕거나 국제중재를 성사시키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로펌 코헨앤드그레서의 손승철 대표변호사는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30% 늘었다고 자랑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한라그룹, SK그룹, 이노션이 주요 의뢰인이다. 미국 로펌 클리어리고틀립의 이용국 변호사는 “한국 로펌과도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 로펌의 규모와 변호사들의 실력이 최상급 수준이어서 경쟁관계라기보다 상호 협조관계일 때가 많다는 설명이다. 작년에 20여건의 한국 기업 및 정부기관의 해외증권 발행(175억달러 규모)에 참여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두산밥캣,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Line)의 기업공개(IPO) 자문도 했다.
미국 로펌 폴헤이스팅스는 작년 삼성전자가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하고, 미국 주방가전기업 테이코를 인수할 때 삼성전자를 법률자문했다. 카카오가 2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도 주간사단에 자문을 제공했다. 미국 로펌 쉐퍼드멀린은 삼성엔지니어링을 대리해 사우디아라비아의 10억달러 규모 알루미늄 압연공장 재활용시절 제조 관련 국제분쟁에서 승소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특허 라이선스 관련 보이콧 및 독점화 소송에서 삼성전자 방어를 맡고 있으며, 샌디스크와 도시바가 제기한 기업비밀소송에서 SK하이닉스를 대리했다. 영국 로펌 클리포드챈스는 한국 콜마의 북미 투자를 자문했고, 현대·기아자동차의 중동아프리카 지역 내 계약 체결을 자문하는 등 인수합병(M&A)과 자본시장, 국제중재 등 분야에서 활약했다. 조선해운분야에 특화된 영국 로펌 스티븐슨하우드는 한국의 조선사를 대리해 노르웨이 시추선 전문 운용회사, 미국 해양시추 회사, 아랍에미리트 선주 등을 상대로 국제중재와 소송 등 다양한 법률자문을 제공했다.
27개 로펌 129명이 승인 받아
현재까지 국내에 진출한 외국 로펌은 총 27곳이다. 미국 로펌 22곳, 영국 로펌 5곳이다. 이들은 영국법 또는 미국법 등 자국법만 자문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로 이름 붙였다. 외국 로펌의 국내 진출이 첫해인 2012년에는 12곳으로 가장 많았고 2013년 5곳, 2014년 4곳, 2015년 5곳이 들어왔다. 작년에도 미국 최대 로펌 레이텀앤드왓킨스가 10월 서울 사무소를 열었다. 이들 로펌에 소속된 외국법자문사는 총 129명이다. 로펌당 5명꼴이다. 외국법자문사는 미국 변호사가 98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이어 영국 변호사 22명, 호주 변호사 8명, 프랑스 변호사 1명이다. 클리어리고틀립에는 외국법자문사 등록절차를 진행 중인 1명을 포함해 총 14명의 미국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외국 로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이들은 국내 변호사업계와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롭스앤드그레이는 국내 로스쿨생이 로펌 서울사무소에서 여름방학 동안 인턴으로 근무하며 미국 로펌 시스템을 체험하고 실무교육을 받는 기회를 제공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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