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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새해엔 서민경제부터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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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환경
정치적 격변에 포퓰리즘 우려 커지고
트럼프 변수, 미국·중국 마찰 등 외부요인도 악화일로

구조조정에 고용불안, 소득불안
버티지 못해 문 닫는 소상공인들
서민경제 위해 정치권이 답 줘야"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



지난해를 마감하는 모임들은 시대적 분위기에 맞게 ‘가성비’가 높은 소박한 음식점에서 이뤄졌다. 그런데도 단체 손님은 우리 팀뿐일 정도로 썰렁했다. 온갖 경제위기에도 버티던 몇몇 유명 일식집과 한식집도 불경기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518개 사업체 대상)에 따르면 지난해 경영수지가 악화됐다는 업체가 72.6%나 된다. 전년 조사 때보다 2.8%포인트 늘었고 나아졌다는 업체는 3.3%에 불과했다. 경영수지가 악화된 이유로 소상공인들이 꼽은 가장 주된 요인은 소비심리 위축과 매출 부진이 70.5%로 동일 업종 간 경쟁 심화(36.2%), 국내외 정국 혼란(33.0%), 제품·재료비 원가 상승(31.6%) 등의 요인에 비해 두 배나 됐다. 안타까운 것은 53.5%에 달하는 소상공인이 노후 대비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으나 여력이 없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먹고살기도 버겁다는 것인데 올해 경제 환경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게 문제다.

우선 한국 경제를 둘러싼 글로벌 경제 환경은 상상을 뛰어넘는 혼란 속에서 맞아야 하는 해 뜨기 전의 암흑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주도로 그나마 유지돼온 자유시장과 민주주의의 세계 공동체 의식이 본격적으로 폐기되면서 세계 경제의 탈(脫)개방화가 심각한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비롯한 자국 이익 챙기기를 선언하고, 반중(反中) 성향의 피터 나바로 교수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될 국가무역위원회(NTC) 수장으로 지명하며 사실상 양국 간 통상전쟁을 선포했다. 큰 틀을 깨기는 쉽지 않겠지만 다른 대미(對美) 흑자국인 한국으로의 확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대미 달러 환율이 약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수출 경쟁력마저 약화돼 원·달러 환율 상승의 긍정적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수출이 지난해 4970억달러로 5000억달러를 밑돌았고 1958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희망의 싹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4분기 수출이 1.9% 증가하며 증가세로 돌아섰고 11월 산업생산도 전월 대비 1.6%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단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장기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위기설이 끊임없이 떠도는 가운데서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지난해 경제를 견인한 부동산 투자가 위축되면서 성장의 작은 불씨마저 싸늘하게 식고 있다.

올해는 정치적 격변이 이어지고 개헌 논의 등 연초부터 정당별 정책 선점이 큰 이슈가 되긴 할 것이다. 문제는 진정으로 한국 경제가 어떻게 가야 할지 충분히 검토하고 합의할 시간이 적다 보니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결국 새 정부가 판을 새로 짜겠지만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미시적 대책은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올해도 해운업, 조선업, 철강업 등 국내 공급과잉 업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은 산업 패러다임 변화 차원에서 이어질 것이고, 그로 인한 고용 불안과 소득 불안은 커질 것이다. 이미 2015년 4분기 이후 실질소득과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이 모두 거의 마이너스에 가까운 상태다. 식료품, 비주류 음료, 의류 관련 지출이 모두 감소한 반면 전기요금 인상으로 주거용 연료비 등의 지출이 증가한 것을 볼 때 소상공인들의 경기 악화가 피부에 와 닿는다. 엷어지는 중산층과 더불어 서민층의 소득·고용 불안은 거시경제 기반마저 약화시킬 것이다. 이는 다시 소비 부진과 생산 위축으로 연결돼 저성장의 악순환을 형성할 우려가 크다. 촛불과 탄핵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라도 버틸 수 있게 소상공인을 위한 미시적 대책에 힘을 보태야 한다. 올해의 화두가 국가나 개인이나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데, 각자도생이 안 되는 서민경제에 대해선 정치권이 답을 줘야 한다.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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