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금리 상승 등
주택시장 악재 수두룩
실수요자들 연말연초 피해
하반기부터 입주량 쏠림
저가 매수 기회 삼아볼만
[ 문혜정 기자 ] 올해 국내 주택시장 경기는 2015~2016년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건설사 등 주택업계뿐만 아니라 국책·민간 연구기관들도 공통된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내수 부진과 국내외 정치 리스크, 국내 금리인상 가능성, 조선·금융·건설업 등에서 지속되는 구조조정, 급증하는 가계부채 등 시장에 부정적 요소가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 2017년부터 전국 곳곳에서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는 게 최대 복병이다. 2017~2018년 2년간 전국의 입주 물량은 78만여 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빌라 등 다가구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포함하면 시장에 공급되는 실질 공급량은 100만 가구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입주 39만 가구…하반기 집중
부동산인포가 집계한 올해 전국 입주 아파트는 39만1681가구다. 부동산114가 추정하는 입주 물량도 39만2771가구로 비슷하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38만2741가구)는 1만 가구 적다. 모두 이전 최대 기록인 2008년(32만336가구)보다 18~19%가량 많은 수치다. 지난 5년(2012~2016년)간 연평균 입주 물량 26만 가구와 비교해도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짧은 기간에 아파트 입주가 몰리면 미입주 사태와 매물 증가, 집값 하락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한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입주 아파트가 나오는 곳은 단연 경기(12만6529가구)다. 이어서 경남(3만8613가구) 서울(3만1139가구) 충남(2만7358가구) 부산(2만3023가구) 대구(2만1839가구) 순이다. 월별 입주 예정 시기를 살펴보면 하반기 들어 입주량이 크게 증가한다. 12월 입주 예정 아파트만 5만 가구 안팎에 달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전체 입주 아파트의 44.6%가 수도권에 있는 단지”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올해 국내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입주자(매수인)는 잔금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상환 등 자금운용 계획을 세심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올해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약 8개월간 입주량 쏠림 현상이 심해 정부와 민간의 입주자 전용 대출상품 등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값은 ‘약보합’ 또는 ‘마이너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올해 전국의 주택 매매가 변동률을 각각 -0.8%와 0.4%로 전망했다. 건산연은 전국 평균 주택 매매가격이 0.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산연이 연간 집값 상승률을 구체적인 ‘마이너스’ 수치로 제시한 것은 2009년도 전망 이후 8년 만이다. 건산연은 수도권의 주택 매매값은 보합(0%)을 유지하고, 지방은 1.5%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은 서울 주요 시장과 서울 및 경기 외곽지역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전반적인 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은 집값 하락세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주산연은 전국 평균 주택가격이 보합세(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은 0.5% 상승하고 지방은 0.7% 하락해 전체적으로는 보합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덕례 주산연 연구위원은 “올해 주택시장의 핵심 변수는 대출규제, 금리, 가계부채, 주택 분양 공급량, 입주량”이라며 “2분기(4~6월)가 최대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가매수 또는 관망 권유
주택 투자 전략에 대해선 보수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대통령선거가 과거처럼 부양의 의미만을 갖진 않는다”며 “하반기부터 아파트 준공물량이 크게 늘면 주택소유주가 전·월세 세입자를 찾기 힘든 역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기존 주택을 매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 신규 주택 및 재고 주택 시장 모두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연구위원은 지난 몇 년간 주택담보대출에 적극 나선 금융권도 미분양이나 미입주 증가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비교적 수요가 탄탄하고 입지가 좋은 서울이나 부산 등지에선 재개발·재건축사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신규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시중 유동자금이 여전히 몰릴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에선 올해 강남구 청담·개포동, 서초구 반포·잠원·방배동, 강동구 상일동, 영등포구 신길동, 마포구 북아현동, 은평구 수색동, 송파구 거여동 등에서 신규 분양 물량이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 주택시장은 전반적으로 약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는데 자금 계획만 제대로 세울 수 있는 실수요자라면 가격이 어느 정도 떨어졌을 때 저가매수를 고민해볼만 하다”며 “다만 연말·연초는 불확실성이 너무 큰 만큼 시장을 관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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