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말 들어선 1,2동 이어
3동은 내년 2분기 완공 예정
석박사급 1만3000여명 집결
[ 김현석 기자 ]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 방향으로 가다 보면 기흥인터체인지(IC) 오른쪽으로 나란히 선 거대한 세쌍둥이 빌딩을 볼 수 있다.
쌍둥이 빌딩은 여럿이지만 세쌍둥이는 특이한 형태여서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각각 27층 높이인 이 빌딩들은 세계 1위 한국의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삼성전자의 부품연구동(DSR)이다. 2013년 말 완공된 1, 2동에 이어 3동이 내년 2분기(4~6월) 다 지어지면 석·박사급 연구원 1만3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연구소 건물로 탄생한다.
◆글로벌 반도체 점령 첨병 될 것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연구원은 국내에만 2만명을 넘는다. 이들은 2014년까지 경기 기흥과 화성, 충남 아산 등 국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삼성은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이 점점 어려워지고 시스템반도체 사업도 커지자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소재,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각 분야를 연구하는 이들을 한곳에 모아 시너지를 내기로 하고 2011년 화성사업장 인근에 쌍둥이 빌딩 건설에 들어갔다. 공기 단축을 위해 당시 먼저 착공한 수원사업장의 쌍둥이 빌딩인 모바일연구소(R5)의 설계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덕분에 설계비를 아꼈다.
2013년 5월 R5가 먼저 완공됐고 일곱 달 뒤인 12월에 DSR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상 27층, 지하 4층에 연면적이 33만㎡에 달하는 두 동의 빌딩엔 넓고 쾌적한 사무공간과 휴게공간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피트니스센터(1층)가 들어섰다. 또 건강관리센터, 열린상담센터, 근골격예방운동센터 등과 함께 수천 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식 식당도 설치됐다.
문제는 이 공간도 모자란다는 것. 전체 연구원의 절반이 안 되는 9000여명이 입주하자 쌍둥이 빌딩은 포화됐다. 반도체 사업이 승승장구하며 지난해 1000여명의 연구원을 추가 채용한 삼성은 똑같은 모양의 건물 한 동을 더 짓기로 했다. 세쌍둥이가 삼성을 상징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세 번째 빌딩은 내년 2분기 완공된다. 4000여명이 추가로 입주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핵심 두뇌들이 한 장소에 모이면서 시너지 효과가 커지고 있다”며 “세쌍둥이 빌딩이 삼성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령의 핵심 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초호황 이어진다
1993년 메모리 시장 1위에 등극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그동안 삼성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삼성 반도체는 메모리 초호황 속에 작년부터 쾌조의 질주를 계속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이익 기록을 바꿀 기세다.
우선 시장 환경이 바뀌었다. 2012년 일본 엘피다의 파산으로 30년간의 메모리 치킨게임이 끝나면서 D램은 3개, 낸드는 4개로 생산업체가 줄었다. 공급이 제한되면서 D램과 낸드 가격은 모두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D램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빅3가 모두 증설을 망설이면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가격이 좋은데도 증설하지 않는 것은 미세공정 기술이 10나노미터(㎚)까지 발전해 어려워지면서 1개 공장을 짓는 데 무려 15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해서다. 장기 수요가 급증한다면 투자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조금씩 늘어선 오히려 투자가 가격 하락을 부를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공정 미세화가 더 이상 쉽지 않은 점도 D램 공급량이 대폭 늘어나기 힘든 이유의 하나다.
낸드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 확대에 힘입어 수요가 매년 30~40%씩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독보적인 3차원(3D) 낸드 기술을 앞세워 이런 시장을 휩쓸고 있다. 15조원을 투입해 경기 평택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도 내년 6월부터 3D 낸드를 쏟아낸다.
이는 실적에서도 확인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만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4조원 이상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성=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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