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주거단지로 차별화" vs "추가 분담금 상승 부담"
[ 문혜정 기자 ] 지나친 아파트 고급화 경쟁이 재건축아파트 조합원 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A재건축조합은 지난 28일 연 조합원 총회에서 인테리어 고급화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올해 일반분양을 마친 이 단지는 조합원분 가구에 들어가는 내외부 마감자재를 고급화하려다 내분이 발생했다. 일반분양 물량보다 더 고급스러운 자재를 사용하자는 조합원과 추가 분담금 상승을 우려하는 조합원 의견이 충돌했다. 고급화에 찬성하는 한 조합원은 “입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비슷한 동네라면 내외부가 얼마나 고급스럽고 인테리어가 세련됐느냐에 따라 매매와 전·월세 가격이 달라진다”며 “이왕이면 최고의 특화품목을 적용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반대 측 조합원은 “고급화는 시공비를 올려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건설사의 꼼수에 불과하다”며 “필요한 사람만 입주 후 추가 인테리어를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서울 잠원동 B재건축 단지에서도 지난달 일반분양에 앞서 내외관 고급화를 두고 조합원 간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
호텔이나 고급 리조트에 버금가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이 같은 시도는 올해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두드러진 트렌드다. 최근 서초구 잠원동에서 나온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한신 18·24차 통합 재건축)는 일부동 옆벽에 알루미늄 패널과 유리 느낌이 나는 커튼월룩 외관을 적용했다. 주방가구는 유럽산이다.
현대건설이 지난 8월 말 분양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는 시중가격이 8000만원 이상인 이탈리아 수입 주방가구를 설치한다. 바닥과 아트월(벽) 등은 천연 대리석으로 마감한다. 욕실 벽과 바닥에도 유럽산 수입타일을 붙인다.
삼성물산이 상반기 내놓은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재건축)와 ‘래미안 루체하임’(일원동 현대 재건축)도 비슷하다.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강화마루를 원목으로, 아크릴 조명은 바리솔 스타일의 간접조명으로 대체했다. 냉장고도 최고급 사양인 셰프 컬렉션을 설치한다. 래미안 루체하임은 중대형 주택에 자동서랍장(auto climing) 기능이 있는 수입 주방가구를 넣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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