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한도만 150만원으로…서민 비과세 혜택에 초점
[ 박신영 기자 ] 정부가 월적립식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한도를 당초 ‘총액 1억원’으로 정하려던 것을 ‘월 보험료 150만원’으로 완화했다. 서민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유지하면서도 은행 예금 등 이자소득세를 부담하는 다른 저축성 금융상품과의 형평성을 고려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절충안 제시에도 보험업계는 여전히 반발하는 분위기다. 은퇴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장기저축성 상품의 가입 문턱을 높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조세소위원회는 지난달 말 소득세법 개정안을 논의하면서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월적립식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한도를 1억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험설계사와 보험사들이 크게 반발하자 ‘월 보험료 150만원’ 한도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보험사들의 주장을 감안해 납입총액의 비과세 한도는 없애는 대신, 월 보험료 한도를 신설해 생활비를 쪼개 매달 보험료를 내는 서민들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월 납입액이 100만원 이하인 가입자 비중이 전체의 90% 이상이다. 또 월 보험료 150만원씩 비과세 요건인 5년 납입을 충족하면 일시납의 비과세 요건인 1억원과 납입액이 비슷한 수준이 된다.
박상영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장은 “절세 목적으로 저축성보험에 가입하는 자산가들에게까지 비과세 혜택을 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총 납입한도는 없기 때문에 보험료의 월납 기간이 길수록 비과세 한도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가입기간 10년 이상 저축성보험은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은행, 보험사 등이 고액 자산가들에게 추천하는 금융상품에 항상 포함돼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보험설계사들로 구성된 보험대리점협회는 기재부가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한 27일에도 서울역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었다. 보험 영업에 타격이 크다는 점이 가장 큰 반발 이유다. 저축성보험의 경우 기존 생명보험사의 연간 수입보험료에서 55%가량을 차지한다. 신규 계약 기준으로는 30~40% 수준이다. 그만큼 설계사들의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또 은퇴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장기저축성 상품의 비과세 혜택을 줄임으로써 고령화 시대에 따른 노후 준비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전체 보험설계사 중 연봉 2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75%”라며 “설계사들도 서민에 속하는데 이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없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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