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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I: 뷰] '금기'를 건드린 남자 이원근, 야누스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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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감독 신작 '여교사', 재하 역 이원근 인터뷰
"파격적 베드신, 걱정 안했죠"
"초심 잃지 않고 노력하는 배우 될게요"




"선생님, 제가 남자친구 해드릴까요?"

30대 여교사와 남자 고등학생의 사랑. 해외 토픽감인 이야기가 보수적인 한국 영화계에 등장했다.

사제지간의 금기된 사랑과 파격적인 정사신이 뒤엉킨 영화 '여교사'(김태용 감독)다. 이 문제작의 중심에 문제가 될 남자, 이원근(25)이 있다.

'여교사'에서 그는 계약직 여교사인 효주(김하늘)와 이사장 아버지 덕에 정교사 자리를 꿰찬 혜영(유인영) 사이에서 은밀한 줄타기를 하는 고등학생 재하로 분했다.

영화는 선생과 제자라는 설정만으로도 논란이 될 만 한데 '청소년 관람불가' 수위를 받을 만큼 농밀한 베드신도 등장한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원근은 "감격스러우면서 두렵기도 하다"며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관객이 보기에 편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교사'는 베드신이 다가 아니에요. 정규직과 계약직, 금수저와 흙수저를 선명히 대비시켜 열등감에 휩싸인 인간의 내면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효주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의 메시지가 전달될 거라고 자신합니다."

영화는 두 여교사와 남고생의 관계를 통해 현 사회에 팽배한 계급적 불평등을 지적한다. 질투와 탐욕에 휩싸인 효주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재하는 모든 갈등의 시발점이 된다. 순진한 듯, 영악한 야누스적인 얼굴로.

"김태용 감독은 어린아이처럼 어설픈 말투에 깨끗한 얼굴을 한 재하를 상상했다고 해요. '웃을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제게 배역을 주셨죠. 캐스팅 당시 남성적 느낌의 배우는 제외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상의 탈의 장면이 있어 '식스팩'을 만들어보려고 했다가 혼쭐이 났죠."

김태용 감독은 이원근에게 특별한 주문을 했다. 기존의 연기 방식을 벗어나 재하만의 모호한 어투를 원했다.

"재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 같은 느낌이라 묘하죠. 대사의 의미가 100% 전달되면 무조건 NG였습니다.식사하거나 술을 마실 때 녹음을 했어요. 은연중에 나오는 말투 중 재하와 같은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무용 특기생인 재하를 연기하기 위해 한 달 동안 하루 10시간씩 발레 연습을 했다.

"발레는 정말 섬세한 운동이더군요. 얼굴 선부터 발가락 끝까지 온몸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죠. 한 동작을 완성하는데 50여 분이 걸렸어요. 답답한 마음에 엄청 울기도 했습니다. 흉내도 못 내던 제가 비록 엉성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뒀어요."

김태용 감독의 전작 '거인'의 최우식이 그랬듯, '여교사'의 이원근은 그의 새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했다. 감독의 애정 어린 잔소리는 카메라가 꺼진 후에도 계속됐다.

"영화 촬영 현장은 '여교사'가 처음이라 많이 주눅 들어 있었죠. 그런 제게 감독은 촬영 때 가장 먼저 오고, 가장 늦게 가라고 조언해주셨어요. 덕분에 촬영장에 오래 머물면서 현장의 시스템과 선배들이 연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눈여겨볼 수 있었습니다."

'여교사'는 촬영을 마친 지 1년 반 만인 내년 1월 4일 개봉한다. 그동안 이원근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그물'을 비롯해 '그대 이름은 장미', '환절기', '괴물들'까지 4편의 영화를 촬영했다. 충무로의 블루칩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과분한 칭찬입니다. 연기로 따지면 아직 많이 부족하죠. '여교사'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대중의 질타, 날 선 시선은 그 순간 속상하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배우로 성장해나가는 양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이 더딘 사람. 이원근이 자신을 설명하는 말이다. 그에게 최고의 칭찬은 '꾸준히 노력하는 배우'라는 말이다.

"'여교사'는 제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작품입니다. 검증도 안 된 신인을 쓴다는 것은 김태용 감독으로서는 믿음을 준 거나 다름없어요. '원근이를 키운 건 팔 할이 김태용'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으로 보답할게요."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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