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재벌개혁·사회적 경제…與보다 野와 비슷
보수신당 경제정책 논란
"기본소득제 검토할 때 됐다"…복지·노동 정책도 보수와 거리
나경원 등 신당파 일각 "시장경제 보수가치 지켜야"
창당 이후 '노선 갈등' 예고
[ 유승호 기자 ] 새로운 보수인가, 강남좌파인가. 27일 새누리당을 탈당해 개혁보수신당(가칭)에 합류하는 유승민 의원의 경제정책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유 의원은 2004년 정치에 입문한 이래 줄곧 보수정당에 몸담았으면서도 증세와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등 기존 보수 노선과 다른 ‘좌클릭’의 길을 걸어왔다. 그가 제시하는 정책 중엔 여당보다 오히려 야당과 가까운 내용이 많다. 유 의원은 자신의 노선을 ‘따뜻한 보수’, ‘개혁적 보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신당파 내부에서조차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보수 가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유 의원은 증세론자다. 증가하는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선 “법인세뿐만 아니라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 전반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정부·여당 정책은 물론 감세를 기본으로 하는 전통적인 보수 경제정책 노선과 배치된다.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도 야당과 비슷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9월 서울대 강연에서 “대기업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출자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규제 완화 차원에서 2009년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을 되살리거나 대기업 계열사 간 상호출자제한을 더욱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 의원은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도 언급했다. 소비자 권리를 크게 강화하는 제도지만 기업엔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는 정책이다. 재벌 총수가 횡령·배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땐 사면·복권을 금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복지와 노동 분야에 대한 시각도 기존 보수와는 다르다. 유 의원은 정부가 개인에게 현금을 지급해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제에 대해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재정 여건을 감안해 기존 복지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단서는 달았지만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노동정책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다.
유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법안은 정부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발전기금을 설치·운영하고 사회적기업이 생산한 상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생력 없이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좀비 기업’을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보조금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사회적기업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유 의원의 정책은 신당파 내부에서도 논란을 낳으며 노선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 새누리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보수 가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나경원 의원은 “사회경제적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방법론에선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한 보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과 함께 신당파 ‘투톱’ 격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법인세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등 구체적인 정책에선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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