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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파워독서] "모든 사람이 선뜻 공감할 수 있는 생각이 합리적 보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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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보수주의는 이성·합리에 바탕 두고
생각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진정한 보수주의에 바탕을 둔 신념과 태도, 정책이 없으면
사회의 어려움은 점점 커질 것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

로저 스크러튼 지음, 박수철 옮김 / 더퀘스트



진짜 보수는 어떤 신념과 태도를 말하는 것일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라는 용어처럼 혼탁스러운 것도 없을 것이다. 당장 성과와 관련이 작을 수 있지만, 삶의 기초를 형성하는 신념에 대해 살펴보는 일도 도움이 된다.

영국의 대표적 보수 지식인 로저 스크러튼의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는 보수주의의 실체를 쉽게 알리기 위한 책이다. 저자는 미학, 철학 등 깊은 인문학 식견을 바탕으로 영국에서도 보수주의를 알리기 위해 헌신하는 인물로, 그 공을 인정받아 올해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저자의 속내는 “이 책에 나는 보수주의 이외의 사상을 수용하는 것이 왜 비합리적인 선택인지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말하고자 한다”는 데 모아진다. 청산, 제거, 청소, 혁명 등과 같은 용어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보수주의는 모든 성숙한 사람이 선뜻 공감할 수 있는 생각”이란 저자의 글은 인상적이다.

보수주의는 드물다. 지적 보수주의자는 더더욱 드물다. 영국과 미국에서 학자들의 약 70%가 좌파로 분류된다. 내가 보기엔 좌파는 명료하게 화끈하고, 본성에 호소력이 크다. 반면에 진짜 보수주의는 이성과 합리에 바탕을 둬야 하고, 생각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세상에 지적 보수주의자가 드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노동자 계급에서 성장한 저자의 아버지는 철두철미하게 계급투쟁을 믿었고 정부의 강한 개입에 열정적이었다. 저자는 “그런 사람과 함께하는 내 삶은 힘들었다”는 고백과 함께 “나는 이미 반(反)자본주의 경제이론이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솔직히 진보와 보수의 선택은 후천적인 교육도 중요하지만 타고나는 부분도 꽤 많지 않을까라는 것이 나의 견해다.

저자의 보수주의는 거부할 수 있는 자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회라는 것은 존재하지만 사회는 개인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개인들은 자유로워야 한다. 개인들의 자유란 그들을 재설계하려는 자들의 오만한 요구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보수주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다음과 같은 주장은 핵심을 지적하고 있다.

“보수주의는 이상적인 합리적 선택에 근거해 인간성을 형성하거나 교정할 생각이 없다. 보수주의는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만들고자 애쓴다.” 여기에 나의 의견을 살짝 더하면 보수주의는 가능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회적 선택보다는 개인적 선택을 선호한다.

우리 사회는 날로 가벼워지는 공적 토론을 경험하고 있다. 보수의 대변자로 여겼던 한 인물의 이해하기 힘든 일로 정국은 혼란스럽다. 당분간 사회를 혁명처럼 재설계해야 한다고 외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여기에다 장기 불황까지 더해지면서 보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보수주의에 바탕을 둔 신념과 태도, 그리고 정책이 이 나라를 채우지 않는 한 이 사회의 어려움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이런 시대 상황에서 탁월한 지적 보수주의자의 글에 공명하는 바가 크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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