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20일 민노총 재가입 투표
"회비 엉뚱한데 쓴다" 내부 비판도
[ 안대규 기자 ] ‘수주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를 6개로 쪼개는 현대중공업이 또다시 ‘노조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노동조합이 강경 투쟁을 위해 20일부터 금속노조(민주노총) 가입 절차를 밟으면서 노사 간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22일 조합원 1만4400여명을 상대로 찬반투표해 민노총 가입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가입 가결요건은 ‘과반수 투표,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노조는 2004년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제명된 뒤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기업별 노조 형태를 유지해왔다.
노조가 12년 만에 ‘민노총 재가입 카드’를 꺼내며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지난달 현대중공업이 조선과 비(非)조선분야를 분사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노조 측은 이번 분사가 “조합원의 힘을 무력화시키고 임금을 낮추며 인력 감축을 쉽게 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사가 불가피하다는 태도다.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회생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수주가 안 된다면 현대중공업은 추가 자구안을 내야 할 상황에 몰릴 것”이라며 “6개사로 분사된 뒤로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쏠림 현상이 심해져 조선해양부문은 더욱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68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현대중공업은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금 등의 차입금이 2조원에 달한다.
노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내 현장조직은 최근 “조합원은 바보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배포했다. 이 유인물에는 현대중공업이 금속노조에 가입하면 노조 예산을 쓰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고 금속노조 산하 지부로 격하되면서 오히려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금속노조 조합원의 80%가 자동차업종”이라며 “우리가 내는 노조 회비가 엉뚱한 곳(금속노조)으로 흘러들어가 앞으로 자동차산업 이슈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생존을 위해 노사 간 비상체제를 가동하는 다른 조선사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파업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은 공동 수주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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