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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300조 신탁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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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자산가들 "내 재산 굴려 달라"…수탁 잔액 2년새 100조 늘어

국민은행 올해만 16조 늘어
내년 초 조직개편 때 신탁본부를 그룹으로 격상

해외 대형 신탁은행들도 눈독
미국 노던트러스트 내년 영업



[ 김은정 기자 ] 은행권 신탁(信託)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령층 자산가를 중심으로 은행 신탁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2년 사이 수탁잔액이 50%나 늘었다. 은행들이 수수료 등 비(非)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신탁시장에 적극 뛰어든 영향도 있다. 믿고 맡긴다는 뜻의 신탁은 가입자가 금융회사에 돈이나 부동산 등을 맡기면 해당 금융회사가 운용·관리·처분해주는 금융서비스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의 신탁계정 수탁잔액은 303조4896억원으로 2014년 말 203조원 대비 49%(100조원) 넘게 증가했다.

5대 주요 은행 중 올해 신탁수탁액을 가장 많이 끌어모은 곳은 국민은행이다. 지난달 말 기준 국민은행의 신탁 수탁잔액은 42조2600억원으로 올 들어 16조7700억원(65.7%) 급증했다. 우리은행(28.9%), 신한은행(24.5%), 농협은행(18.6%) 등도 수탁액이 크게 늘었다. 시중은행 신탁부 관계자는 “펀드 등 투자상품 가입을 자발적으로 결정하는 젊은층과 달리 고령층 자산가들은 전문가가 있는 은행에 돈을 맡겨 운용하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신탁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국민은행은 내년 신탁본부를 신탁그룹으로 격상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방침이다. 소비자별로 상품을 세분화하고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상품 개발과 운용 등 관련 부서를 그룹으로 묶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은행권 신탁상품은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국민은행은 반려동물을 위한 펫신탁과 미국 달러화로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하고 상환금액을 달러화로 받는 달러ELS신탁을 내놨다. 신한은행은 목표 수익률에 따라 국내·해외 채권과 구조화 상품 등으로 투자금을 배분하는 맞춤형 신탁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증여세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증여신탁을, KEB하나은행은 치매안심신탁을 취급하고 있다.

해외 대형 신탁은행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 3대 신탁은행인 노던트러스트컴퍼니는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서울지점 개설 인가를 받아 내년 초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미국 뱅크오브뉴욕멜런(BNY)은 지난달 말 종합신탁업 인가를 받아 기존 금전신탁뿐만 아니라 유가증권, 동산 등으로 취급 자산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면채널로만 가능한 신탁계약을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로 확대하고 해외처럼 보험금·담보권 등 다양한 재산을 맡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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