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설정액 700억 '급성장'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34곳으로 늘어
수익률, 미국 대선 이후 마이너스로
변동성은 코스피 지수보다 낮아
[ 김우섭 기자 ]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산관리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로봇+투자자문가) 시장에 후발 주자들이 잇따라 진입하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시장은 첫 펀드 출시 후 8개월 만에 펀드 수 10개, 설정액 700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환경에서 경쟁력을 비친 로보어드바이저가 향후 금리 인상기에도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성공적인 시장 안착의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헤지펀드로 확장하는 로봇펀드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파운트와 손잡고 로봇이 굴리는 한국형 사모(헤지)펀드를 내놓았다. 쿼터백자산운용에 이은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두 번째 헤지펀드 상품이다. 자금 운용 방식에 대한 금융감독원 승인을 받는 대로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7일 공모펀드(하이ROKI1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를 내놓았다. 내년 초 자회사인 키움자산운용과 함께 두 번째 공모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연산규칙)을 활용, 상장지수펀드(ETF)나 주식 등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쓴다. 올해 초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 열풍과 함께 주목받은 뒤 국내에서도 급성장하는 추세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는 34개, 출시된 펀드는 10개(공모와 사모펀드 합계)에 달한다. 펀드시장 부진 속에서 올해 693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펀드 성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설정액 1위(369억원)인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채권혼합형)’ 펀드는 지난 4월18일 출시 후 2~3%대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채권금리가 급등(채권가격 하락)하면서 수익률이 마이너스(-2.09%)로 고꾸라졌다. 해외 채권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5.18%)보다 7.27%포인트 낮은 수치다.
다양한 국가와 자산 배분을 통해 변동성을 낮추는 데는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익을 내기 위해 얼마만큼의 위험을 부담하는지를 보여주는 변동성은 연 10.8%(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주식형 기준). 코스피지수(2013년 1월 이후 14.30%)와 삼성전자(30.95%)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높은 수수료는 과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성공의 관건은 내년 이후 금리 인상기를 어떻게 견뎌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탄생지인 미국 시장에서 2008년 이후 급성장했다. 펀드 운용 기간이 주로 저금리 시대에 국한돼 달라진 금융시장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지 의문 부호가 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조홍래 쿼터백자산운용 투자운용본부장(CIO)은 “1970년대 초고금리 시대 데이터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기반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무기인 수수료 인하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판매사와 운용보수를 합쳐 통상 1~1.5%의 수수료를 뗀다. 일반 채권혼합형 펀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0.5% 안팎인 미국보다는 높은 편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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