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트렌드 '안티폴루션'
미세먼지 속 오염물질 쌓이면 세포 재생 막아 노화 촉진시켜
폼클렌징·비비크림 등 개발 활발해
[ 최은석 기자 ] 미세먼지는 과거 봄철에 주로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엔 중국의 석탄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겨울철에도 유입량이 증가하는 등 미세먼지가 계절에 상관없이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인도, 파키스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기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안티폴루션(anti-pollution)’이 화장품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미세먼지, 피부 노화 앞당겨
미세먼지는 다환방향족 탄화수소와 중금속 등 오염물질이 많다. 미세먼지가 피부에 닿으면 모낭을 통해 세포가 있는 곳까지 침투해 콜라겐 등을 파괴한다. 세포 손상은 물론 색소 침착이나 피부 염증을 일으켜 조기 피부 노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중국, 인도, 파키스탄 도시 인구의 99% 이상이 기준치인 ㎥당 10㎍ 이상의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에 주기적으로 노출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은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한 안티폴루션 화장품을 내놓고 있다.
이들 기업은 특히 중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민텔에 따르면 중국인의 30%가 안티폴루션 스킨 케어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매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도 40%나 됐다.
안티폴루션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화장품 원료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원료 기업인 실랩은 천연 피막을 형성해 유해물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필름 엑셀’을 개발했다. 스페인의 리포텍도 유해물질의 피부 축적을 방지하는 ‘폴루실드’를 상용화했다. 국내 업체들도 안티폴루션 원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안티폴루션 화장품과 관련해 국내 특허 출원 건수는 2014년 5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크게 늘었다.
초미세먼지까지 보호하는 기능도
아모레퍼시픽은 약 10년 전부터 안티폴루션에 주목했다. 아모레퍼시픽 피부과학연구소에서는 2007년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피부 노화의 주 원인이던 유전자·자외선 외에 다른 요인도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몇몇 연구원이 모여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놀라웠다. 피부 세포를 대기오염과 비슷한 유해 성분을 지닌 담배 연기에 노출하자 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노화한 것이다.
연구원들은 대기오염 물질에 의한 피부 손상을 완화하는 성분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수년간의 연구 결과 녹차 등 천연물에서 추출한 성분의 효능이 확인됐고 이 기술을 제품에 적용했다. 2009년 출시한 아이오페 ‘화이트젠 RXC 뉴로 라인’(단종)은 아모레퍼시픽의 안티폴루션 연구 결과가 첫 적용된 미백 케어 제품이었다. 아모레퍼시픽
‘퓨처 레스폰스 에이지 디펜스 크림’은 안티폴루션 연구가 적용된 최초 안티에이징 크림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8월 마케리마케 ‘안티더스트 클레이 폼 클렌저’를 내놨다. 이 제품은 정화 효과가 있는 대나무 숯과 제주 화산 용암 성분을 함유해 PM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를 96.8% 제거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안티더스트 버블 클렌징 마스크’는 바르는 즉시 피부 위로 올라오는 미세 거품이 모공까지 클렌징해 미세먼지 등에 지친 피부를 진정시킨다.
LG생활건강은 4월 CNP차앤박 ‘안티폴루션 비비크림 3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흡착 방지 기능을 통해 미세먼지가 모공에 침투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제품이다.
윤보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효능을 입증한 원료를 확보한 기업에는 안티폴루션 화장품 시장이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한경비즈니스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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