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동북권 미래비전'
출퇴근 시속 20㎞대 '거북이 주행' 사라질 듯
총 2조3971억 투입…"5만명 고용효과 기대"
"박원순 시장, 대선 의식해 대형 사업" 지적도
[ 강경민 기자 ] 서울시가 15일 발표한 ‘동북권 미래비전’ 계획의 핵심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다.
동부간선도로는 1991년 개통 직후부터 상습 정체로 악명이 높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도로 지하화를 요구하는 서울 동북권과 경기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거셌다. 서울시는 수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지하화를 미뤄왔다. 하지만 서울 동북권의 교통·환경 인프라가 갈수록 낙후되고 있어 지하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가 이날 내놓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계획은 두 개의 지하터널 건설로 압축된다. 서울시는 중랑천 아래 40~60m 깊이에 장거리 차량용 왕복 4~6차로 지하터널을 뚫기로 했다. 이 터널은 승용차(15인승 이하) 전용 도시고속화도로다. 월계1교~월릉IC~군자IC~삼성IC 등 총 13.9㎞ 구간을 잇는다. 종점인 삼성IC에서 대치동 학여울역까지 2.4㎞ 구간도 지하도로를 설치할 예정이다.
민간투자 제안을 받아 적격성 검토와 실시설계 등을 거쳐 2018년 하반기 착공, 2023년 완공할 계획이다. 민자도로이기 때문에 유료 도로로 운영된다. 통행료는 결정되지 않았다.
전액 시비를 투입하는 왕복 4차로 지역간선도로는 성동~군자IC~장안IC~중랑IC~월릉교 구간 8㎞를 연결한다. 중랑천 지하 20~25m에 단거리 차량용 터널로 조성된다. 이 터널은 모든 차종이 이용할 수 있다. 2021년 착공해 2026년 개통하는 게 목표다. 서울시 예산으로 지어지기 때문에 기존 동부간선도로처럼 무료로 운영된다.
하종현 서울시 도로계획과장은 “동부간선도로는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장거리 차량과 서울 동북권을 이동하는 단거리 차량이 뒤섞여 정체가 극심하다”며 “장거리와 단거리 터널로 이원화해 교통 체증을 완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두 지하터널이 완공되면 강남에서 경기 의정부까지 26.7㎞ 구간을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금의 64분에서 24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2023년 장거리용 지하터널이 완공되면 간선도로 터널 공사 착수와 함께 기존 지상 도로를 단계적으로 철거할 예정이다. 도로 지하화에 따라 서울 여의도공원(22만9000㎡)의 10배가 넘는 221만㎡의 지상공간이 생긴다. 철거한 도로 인근은 3개 권역으로 나눠 중랑천과 연계한 수변공원으로 탈바꿈한다. 도로를 지하화해 수변공간을 조성한 스페인 마드리드의 M30을 벤치마킹했다.
서울시는 콘크리트 인공 호안 대신 자연형 호안을 조성하고 갈대숲 등 20곳의 생물서식처를 마련해 중랑천을 생태하천으로 바꿀 계획이다. 중랑천 전 구간을 물놀이가 가능한 깨끗한 하천으로 변화시키는 게 목표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와 중랑천 수변공원 조성에는 2026년까지 총 2조3971억원이 투입된다. 시 재정 50%와 민간자본 29%,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 21%가 들어간다. 시는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간자본과 공공기여금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동북권 미래비전’ 계획을 통해 5만명 고용과 5조255억원의 생산유발, 7조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의식해 대규모 토목사업 카드를 꺼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시장이 이날 발표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와 중랑천 수변공원 조성 계획은 앞서 오세훈 전 시장이 2009년 발표한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 오 전 시장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를 2012년부터 추진할 계획이었다. 2011년 8월 무상급식 투표 부결 여파로 오 전 시장이 물러난 뒤 같은 해 10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 시장은 지하화 계획을 백지화했다.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예산이 낭비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지하화를 요구하는 지역 주민의 요구에 더해 서울 동북권이 지나치게 낙후됐다는 판단에 따라 오랜 기간 검토를 거쳐 이번 계획을 발표한 것”이라며 “대선을 의식한 사업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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