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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맥] 잃어버린 해운 경쟁력, 상생의 협력 틀부터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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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몰락에 외국계만 '파티'…현대상선 2M 가입도 불발
부산항 기반 붕괴도 현실화…해상운임 급등에 화주 피해 급증
해운·조선 동반 회생 전략 절실…안정적 수송 기반 확보해야

한종길 <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 >



청산으로 가는 한진해운과 한국해운의 길

지난 8월31일 한진해운 선박 100여척은 120억달러의 상품가치를 가진 50만개의 컨테이너를 운송 중이었다. 지난달 27일 캐나다 밴쿠버항에서 이 화물의 마지막 하역이 완료돼 한진해운 사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 사태는 끝난 것인가.

첫째,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한국해운 전체의 신뢰성 상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정부는 국내 1위, 세계 7위 한진해운의 공백을 현대상선을 2M에 가입시켜 세계 5위권 선사로 육성해 메우고, 부산항의 환적화물 이탈을 막아 실업을 최소화하면서 한진해운 선박의 하역을 완료해 화주의 피해를 막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인수는커녕 화주 신뢰성 회복을 위한 최소 필요조건인 선박 확보, 재무 개선, 서비스 제공 계획과 같은 장기 경영계획도 제시하지 못한 채 갈지자 횡보 중이다. 내년에 무엇을 할지 모르는 회사에 어떻게 글로벌 공급사슬 관리를 하는 화주들이 안심하고 화물을 맡길 수 있을까.

한진해운의 몰락은 탐욕스러운 경쟁자에게 합종연횡의 기회를 제공했고, 덩치가 더욱 커진 그들은 각자 정부의 도움을 받으며 손쉽게 한국 시장을 차지했다. 지난달 현대상선의 아시아~미국 노선(미주노선) 시장 점유율은 3.87%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인 8월(3.15%) 대비 0.7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진해운의 미주노선 점유율이 7.62%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진해운 물량 대부분이 외국계 해운사로 넘어간 것이다.

둘째, 한진해운의 몰락은 곧 경쟁 선사인 현대상선의 경영을 어렵게 했고, 우리 해운과 경제에 마지막 남은 글로벌 디딤판을 없애버릴 위기로 내몰고 있다. 정부가 그토록 자신하던 현대상선의 2M 가입이 불발되면서 현대상선은 아시아 역내선사로 쪼그라들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지금 상태로는 그마저 어렵고 한진해운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 코스코의 차이나시핑 흡수를 시작으로 프랑스 선사 CMA CGM의 APL 인수, 하파그로이드의 UASC 합병, 일본 대형 해운사 NYK, MOL, 케이라인의 컨테이너 부문 통합에 이어 업계 1위인 머스크라인의 함부르크수드 인수 발표는 최근 정기선업계 인수합병(M&A) 흐름에 방점을 찍었다.


애초부터 머스크가 북미항로의 강력한 경쟁자인 한진해운을 견제하기 위해 2M 가입을 미끼로 현대상선을 이용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현실이 됐고 한진도 잃고 현대상선도 위태로워지는 최악의 결과만 남았다. 새로운 항로를 구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우리 해운이 글로벌 정기선사의 지위를 되찾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셋째, 부산항의 몰락이 진행 중이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부산항 환적화물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5% 감소했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출범할 일본과 독일해운 연합체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가 발표한 새롭게 재편될 내년도 25개 서비스항로 중 부산항 기항은 9개로 줄었다. 부산항에 기항하는 대형 모선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또 다른 대형 얼라이언스인 오션이나 2M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산항은 상하이 LA 뉴욕 로테르담 같은 대륙의 관문항이나, 싱가포르 파나마처럼 모든 선박이 지날 수밖에 없는 지리적 우위를 점한 글로벌 허브항만에 비해 태생적으로 불리한 입지다. 부산항을 모항으로 하는 한진해운과 같은 글로벌 선사와 국내의 아시아 역내를 운항하는 중견 선사들의 노력이 적절하게 맞물리면서 부산항이 오늘날의 지위를 갖게 됐다는 점을 정부도 부산시도 간과했다. 정부는 당초 인센티브를 제공해 환적화물 이탈을 막겠다고 밝혔지만 한진해운이 빠진 자리를 메우기는 쉽지 않다. 중국 항만과 디얼라이언스를 기반으로 한 일본 항만의 재부상에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자국 해운사가 없는 부산항이 지금까지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넷째, 현실화하고 있는 해상 운임 급등에 따른 중소 화주들의 피해다. 지난달 초 아시아~미국 서부 노선 운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상승했다. 얼라이언스의 항로 재편이 이뤄지는 내년에는 운임 상승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부산항 직기항이 줄면 일본에서 환적할 미주항로는 700달러, 중국에서 환적할 유럽항로는 3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수출 컨테이너 1개의 평균 가치를 3만달러, 수익률 5%로 가정하면 1500달러의 수입을 얻기 위해 700달러의 추가 운임을 부담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한진해운 사태는 우리 경제에 지옥문을 열어젖힌 것인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첫째, ‘한국해운대연합’을 제안한다. 해운(1대주주), 화주(2대주주), 조선(3대주주), 금융(4대주주)이 주주가 돼 해운사에 장기 수송계약으로 화물을 보증하고 해운사는 화주사와 연관된 국내 조선소에 발주하고 금융회사는 선복 확보를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국내 화물의 70%를 외국 선사에 내주고 있는 현실에서 해운과 화주, 해운과 조선, 해운과 금융 간의 협력의 틀을 만들어야만 한다. 우리와 해상 물동량에서 큰 차이가 없는 일본은 이런 공생의 틀을 통해 우리보다 3배나 많은 선복량을 가지고 자국 화물의 70%를 자국 선박으로 수송하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조선업이 선진국에서 생존하려면 기술개발보다도 중요한 것은 강력한 자국 해운산업이라는 것을 미국, 유럽, 일본이 증명하고 있다. 강력한 자국 해운사가 없던 스웨덴의 ‘말뫼의 눈물’이 10년 뒤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이다. 해운업을 살리지 못하면 조선업의 미래도 10년이다.

둘째, 유사시에 대비해 제대로 된 선복 확보를 지원할 수 있도록 국가 필수 선대를 재정립해야 한다. 우리가 유사시에 필요한 선복을 우리 해운사가 운항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기업 평가에 운임 절감이 아니라 상생협력을 반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정부가 제시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정책 비전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통해 세계 해운강국으로의 재도약’이 아니라 ‘국민경제를 지탱하는 안정 수송 기반 확보’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한진해운 사태는 현재진행형으로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 외에 우리가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가 잃은 것만 너무나 많을 뿐이다.

한종길 <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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