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함께 늙어가면 끝장
캐주얼 라인·서브브랜드 만들고
일반인 코디 가능한 패션 화보로
젊은 충성 고객 꾸준히 늘려
일관된 브랜드 컨셉트
타임, 노세일·고급 소재로 승부
소비자에 "손해 안본다" 인식 심어
구호·보브도 마니아층 형성
[ 민지혜 기자 ]
불황에 시달리는 패션업계에서 올해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메가브랜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SI)의 스튜디오톰보이와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구호가 주인공이다. 이들이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면 한섬의 타임과 시스템, SI의 보브와 함께 국내 토종 여성복업계의 5대 메가브랜드가 될 전망이다. 사라지는 브랜드가 속출하는 불황에서 이들 메가브랜드의 성공 비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확고한 브랜드 정체성
국내 메가브랜드의 선두주자는 독보적 1위 업체 한섬의 타임이다. 타임은 지난해 16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2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여성복 브랜드는 처음이다. 한섬의 또 다른 브랜드 시스템도 매출 12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SI의 브랜드들도 잇따라 메가브랜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2014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보브는 올해 1500억원이 예상된다. 보브보다 심플한 디자인으로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스튜디오톰보이는 올해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SI는 보고 있다. 이 밖에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구호도 메가브랜드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경기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디자인과 가격 등에서 꾸준히 브랜드 콘셉트를 유지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20년 넘게 여성복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타임은 고급 소재와 단순한 디자인, 노세일 전략 등을 고수하고 있다. 비싸다는 평가가 나와도 “고급 소재로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해외 명품 브랜드와 견줄 만한 제품을 내놓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 때문에 “타임 옷은 언제 사도 손해 보지 않는다” “한 벌 장만해 두면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구호도 미니멀리즘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H라인의 코트와 심플한 통 넓은 바지, 스트라이프 셔츠 드레스 등 브랜드를 대표하는 디자인의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보브는 최신 유행 디자인을 반영해 젊은 층을 겨냥하면서도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해 10~20대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젊은 고객층 확대
1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메가브랜드들은 ‘브랜드가 소비자와 함께 늙어 간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이들 패션업체가 해결책으로 찾은 방법은 타깃 고객층을 세분화한 서브라인을 늘리는 것. 기존 고객층 외에 신규 고객을 확보해야 계속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섬의 타임엔 ‘타임 블랙라인’이라는 최고급 서브라인이 있다. 고급 여성복인 타임 내에서도 더 좋은 제품을 찾는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한섬은 시스템을 제2의 타임으로 키우기 위해 서브라인 확장에 나섰다. 캐주얼 라인 시스템2를 선보였고 최근에는 프리미엄 제품인 시스템0을 내놨다. 자동차 모델에 숫자를 붙이는 것처럼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되 구분이 쉽도록 숫자를 붙였다는 설명이다.
메가브랜드들은 트렌드를 이끌기 위해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보브는 스타일링 화보를 매번 공개한다. 런웨이 위에서 모델들이 입는 옷을 보여주는 패션 화보가 아니라 일반인이 따라 입을 수 있는 옷과 코디법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성공 기반을 닦은 이들 메가브랜드는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호는 뉴욕법인을 통해 미국 내 주요 백화점에 매장을 내고 있고 유럽, 중국, 홍콩 등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박지나 구호 팀장은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마니아층을 꾸준히 늘려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뉴욕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 더 많이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브 역시 2011년 중국에 진출해 4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중국에서 45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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