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야당·정부 협의체 구성해
가계부채 대책 등 손볼 듯
[ 임현우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주도한 야권이 이번에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을 대거 수술대에 올려놓을 태세다.
박 대통령이 ‘정치적 파면 선고’를 받은 만큼 그가 야권의 반대 속에서 밀어붙인 정책도 자연스럽게 수정 또는 폐기돼야 한다는 논리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한계와 야당에 쏠린 여론의 지지를 십분 활용한다는 것이다.
야권이 기존 당정협의를 대신해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여야 3당이 11일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찬성 의견을 밝힌 가운데 대선주자들은 ‘박근혜표 공약’의 재검토를 강하게 주장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정교과서 등 박근혜표 정책의 집행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정책 중 효과가 있었던 것은 인정하고 부정부패와 관련 있는 부분은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책위원회는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될 것에 대비해 정부 측에 요구할 사항을 미리 점검하기 시작했다.
야당은 우선적으로 국정 역사교과서와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의 폐기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미 교육부가 도입시기 연기, 국·검정교과서 혼용 등의 대안을 검토하는 등 추진 동력을 상당히 잃었다. 여론도 반대 쪽으로 기울고 있어 아예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활동기간이 지난 9월로 종료돼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연장 등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경제분야에서는 정부가 공들여 추진해 온 성과연봉제와 노동개혁 관련 양대지침(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을 놓고 야당의 공세가 거셀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 4법’의 국회 처리에 실패하자 성과연봉제를 고용시장 유연화 정책의 핵심으로 추진해왔다. 성과연봉제는 정부 권한만으로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회가 저지하기 어려웠으나, 협의 창구가 생기면 야당이 강하게 반대할 사안으로 꼽힌다. 야 3당은 성과연봉제 문제를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노동계가 ‘쉬운 해고’라고 반발해 온 양대지침 역시 ‘최순실 파문’ 과정에서 재계의 요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야권이 문제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내부적으로 가계부채 대책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현 수준보다 강화하고, 비(非)은행권 가계대출의 부실 가능성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야권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뒤집으면서 ‘진보 아젠다’를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면 지지층을 끌어모으는 것은 물론 수권정당 이미지도 높이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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