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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진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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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모두가 천국에서 잠들고 또 천국에서 깨어나는 평화로운 곳’이라고 표현한 하와이. 여섯 개의 섬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오아후의 중심에 진주만(眞珠灣, Pearl Harbor)이 있다. 19세기까지 진주조개를 잡던 곳이어서 그렇게 불렀다. 원주민들은 오랫동안 와이 모이(Wai Moi, 진주의 바다)라고 했다.

원래는 수심이 얕아서 항구로 쓰지 않았다. 이곳에 미국 해군기지가 들어선 것은 1908년. 이후 준설과 확장을 거듭하면서 미 태평양 함대의 모항으로 자리잡게 됐다. 태평양 전체를 커버하는 대규모 해군 조선소도 이곳에 있다. 만의 입구는 좁고 안쪽은 넓은 천혜의 군사 요충지다.

75년 전인 1941년 12월7일 오전 7시55분.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에 이 ‘천국’은 삽시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일본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전투기 360여대의 기습으로 애리조나호 등 전함 5척이 격침되고 비행기 200여대가 파괴됐다. 사망자 2400여명에 부상자도 1100명이 넘었다. 희생자 중 거의 절반은 애리조나 승무원이었다. 철갑 폭탄에 맞은 탄약고가 폭발하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

미국 수병은 육군 항공대의 훈련 상황으로 오판했다. 영화 ‘도라 도라 도라’에 나오는 장면 그대로다. 폭격이 시작됐을 때조차 “훈련 한번 제대로 하네!”라며 히죽거리는 병사가 있을 정도였다.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기습이었기에 더 그랬다. 일본 항공함대는 항해 중 무전교신을 일절 끊고, 배의 배기가스 때문에 발각될 것을 우려해 모든 원료를 경유로 바꿀 만큼 치밀하게 준비했다. 항로 역시 민간 상선이 다니지 않는 곳과 미국 정찰기들이 출몰하지 않는 곳을 택해 우회했다.

미국으로서는 불행 중 다행으로 항공모함에 피해가 하나도 없었다. 다른 기지에서 정비 중이거나 대서양 등에 출동 중이었다. 전날 들어오기로 한 엔터프라이즈호는 열대폭풍 때문에 귀항이 늦어져 화를 면했다. 진주만 참사를 계기로 미국은 2차대전에 참전하게 됐고, 일본의 10배에 이르는 경제력으로 태평양의 전황을 뒤바꿔 놓았다.

아베가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진주만을 곧 방문할 모양이다. 미국 정부는 환영했고 언론들도 ‘미·일 간 화해의 상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는 ‘침공에 대한 사과는 없을 것’이라며 딴청을 피우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예언한 유일한 인물이 이승만이라는 점이다. 《재팬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책에서 그는 일본의 패망도 예언했다. 진주만 기습 75주년에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 새삼 오버랩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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