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한결 문화부 기자) 올 초 국내에 진출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실망스러운 초반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열심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영화투자배급사 NEW와 오는 7일 개봉하는 영화 ‘판도라’의 국내와 해외 방영권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넷플릭스에선 극장 개봉 후 연내 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 중엔 한국 외 190여 개 국가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엔 MBC 드라마 ‘불야성’의 해외 독점 방영권 계약을 맺었다.
넷플릭스가 제작비 5000만 달러(약 586억원)를 전액 투자한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옥자’는 내년 중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방영이 예정됐다. 이외에도 국내 감독이나 제작자들과 접촉해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를 넷플릭스의 큰 문제로 지적돼온 콘텐츠 양을 보완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성공한 넷플릭스는 국내에선 유독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지화에 실패한 것이 문제였다. 국내 이용자를 사로잡을만한 외국의 유명 콘텐츠나 국내 최신 콘텐츠가 없었다. 서비스 초반부터 첫 달 무료이용권을 뿌려서 회원을 모았지만 지속적인 이용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1월 6만2900명, 2월 8만1564명인 회원이 4월에 5만 명으로 줄었다.
넷플릭스는 지난 6월 국내 진출 5개월 만에 임원들을 한국으로 보냈다.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와 최고콘텐츠책임자(CCO)인 테드 사란도스 등이 내한했다. 당시 업계에선 “초기부터 성공을 자신했던 넷플릭스가 예상외 결과에 놀랐고, CEO와 CCO가 직접 국내 콘텐츠 업계 관계자를 두루 만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국내 진출을 준비하던 지난해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과 협상에 나선 넷플릭스는 ‘글로벌 업계 1위’라는 지위를 내세우며 콘텐츠 가격을 국내 시장 평균가보다 훨씬 낮춰 불렀고, 이 때문에 협상이 번번이 깨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내한 이후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서비스는 눈에 띄게 늘었다. 드라마 제작사 그룹에이트의 ‘탐나는도다’ ‘꽃보다 남자’ 등 방영이 끝난 한국 드라마 여럿이 콘텐츠 목록에 추가됐다. 현재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80여 편이다.
방송 목록이 소폭 증가했지만 아직 국내 시청자들을 유입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서비스 중인 한국 드라마 40여편 대부분이 2012년 전후로 방영한 것들이다. 최신작이 지난 2월 종영한 웹드라마 ‘질풍기획’이다. 영화도 ‘플랜맨’ ‘카트’ ‘간신’ 등 2013~2014년 개봉한 것들이 많다.
해외 콘텐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서비스 출범 초기엔 넷플릭스의 대표작 ‘하우스 오브 카드’도 없었다. 이후에도 영국의 왕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 ‘크라운’, 남미 마약왕을 다룬 다큐멘터리 ‘나르코스’ 등 영미권에선 인기지만 국내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지 않은 콘텐츠를 우선순위로 방영 목록에 넣었다.
넷플릭스가 내년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 국내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에 맞춘 서비스가 관건이다. 넷플릭스의 1달 이용권은 요금제에 따라 9500~1만4500원 사이다. 국내 OTT 서비스의 1달 사용권이 평균 6000원 안팎임을 생각하면 가격탄력성이 높은 국내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쉽지 않은 가격이다. 월정액 서비스보다 콘텐츠 회별 결제를 선호하는 국내 시청자 특성도 장애물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 VOD(주문형비디오) 이용자의 약 10%만 월정액 서비스를 이용한다.
반면 국내 사용자들 입장에선 별로 아쉬울 것이 없다. 대체재가 많아서다. 집안에선 IPTV를 통해 ‘신상’ 콘텐츠를 쉽게 즐길 수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각각 모바일 OTT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도 각각 OTT 서비스 플랫폼을 따로 갖고 있다. 국내 사용자들의 콘텐츠 평가 데이터를 가지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왓챠 플레이 등 국내 전용 스트리밍 서비스도 있다.
콘텐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시장을 너무 쉽게 봤다”며 “하지만 한국은 중국의 테스트 시장으로서도 의미가 있어 내년부터 재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끝)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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