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국내 갑상샘암 발병률이 증가하는 원인은 대부분 2㎝ 미만의 작은 종양 발견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내 갑상샘암 환자가 불필요한 검진 때문에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다.
이진수·오창모 국립암센터 박사와 박소희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99년 국내 갑상샘암 발병률은 인구 10만명 6.4명에서 2008년 40.7명으로 약 6.4배 증가했다. 종양 크기별로 살펴보면 이 시기 늘어난 갑상샘암의 94.4%가 2㎝ 미만이었다. 대부분 검진을 통해 발견됐다. 암 병기별로 보면 증가한 갑상샘암의 35.5%가 종양이 갑상샘을 벗어나지 않은 ‘국한병기’이고, 61.6%는 종양이 갑상샘 피막을 뚫고 나가거나 림프절에 전이됐어도 다른 장기는 침범하지 않은 ‘국소병기’였다.
루이스 데이비스 미국 다트머스 의대 교수는 연구결과에 대해 “갑상샘암 발병률 증가가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위험요인 때문이 아니라 과잉진단에 의한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갑상샘암이 가장 많이 발병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2012년 기준으로 미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 남성 갑상샘암 발병률은 4배, 여성 갑상샘암 발병률은 5배 정도 높았다. 한국에서 유독 갑상샘암 발병률이 높은 데 대해 다양한 원인이 제기됐지만 대부분 과잉진단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2012년 안형식 고려대 교수팀은 2008~2009년 지역별 갑상샘암 발병률과 지역사회 건강조사에서 조사된 지역별 갑상샘암 검진율 사이에 상관관계가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제암연구소(IARC)도 2003~2007년 한국에서 갑상샘암으로 진단받은 여성의 90%, 남성의 45%가 과잉진단된 것으로 분석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는 최근 증상이 없는 성인은 정기검진을 받지 말도록 권고하는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잦은 방사선 노출, 갑상샘암 가족력 등이 있어 갑상샘암 위험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면 갑상샘 정기검진이 과잉 진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립암센터도 지난해 9월 ‘7대암 검진 권고안’을 제정·발표하면서 증상이 없는 성인에게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샘암 검진을 하는 것은 일상적인 선별검사로 권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류준선 국립암센터 갑상선암센터장은 “크기가 작고 당장 생명에 지장이 없더라도 갑상샘암이 발견되면 대부분 환자가 관찰보다는 수술을 선택한다”며 “수술받은 뒤에는 갑상샘호르몬제를 평생 복용하는 등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영국의학저널(BMJ)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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