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임원 인사
세탁기 1위 이끈 '가전장인'
40년 만에 50조 회사 CEO
[ 김현석 / 노경목 기자 ] 1976년 9월 용산공고를 졸업한 스무 살 젊은이가 금성사(현 LG전자) 전기설계실에 입사했다. 그때 그 청년, 조성진(사진)은 만 40년이 흘러 1일 LG전자의 ‘원톱’ 부회장에 올랐다.
LG그룹은 이날 LG전자 H&A사업본부장인 조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계열사 임원 인사를 했다. LG전자는 세 개 부문별 각자대표체제에서 조 부회장 단독대표체제로 전환된다.
조 부회장은 입사 후 36년간 세탁기 한 길을 파고들어 LG 세탁기를 세계 1위로 만든 주역이다. 1998년 세계 최초로 ‘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를 개발했고, 2005년 세계 최초로 스팀 분사 세탁기를 내놨다. 그 공로로 2012년 말 사장으로 승진해 ‘고졸 신화’를 썼다.
LG전자 가전사업 전체를 맡은 그는 혁신 DNA를 다른 제품으로 확산시켜 왔다. 통돌이와 드럼세탁기를 합친 트윈워시, 수납공간을 최대화한 냉장고 매직스페이스, 초(超)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 등이 그의 작품이다. 조 부회장이 이끈 H&A사업본부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3428억원이다. 회사 전체 영업이익(2832억원)보다 많다.
그는 대기만성(大器晩成)형이다. 입사 20년차인 1995년에야 부장이 됐고 상무가 된 건 2001년, 입사 26년차 때였다. 대졸 공채로 입사한 동료보다 한참 늦었다. 하지만 입사 40년 만에 월급쟁이 최고봉인 부회장에 올랐다. 그는 LG뿐 아니라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유일한 고졸 출신 부회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이 연매출 50조원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에 고졸 출신을 발탁했다”며 “젊은이들에게 학력보다는 실력이라는 긍정적 메시지를 줬다”고 평가했다.
조 부회장이 단독 대표이사가 되면서 LG전자에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조 부회장은 “미래 가전의 끝은 로봇”이라며 로봇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김현석/노경목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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