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코엑스 일대가 ‘옥외광고물 자유표시지역’으로 처음 선정됐다. 관광자원 개발과 광고 규제완화 차원에서 행정자치부가 서울 부산의 5개 도심을 대상으로 한 종합평가 결과다. 강남구와 무역협회 등이 민관합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국내 최대 규모의 옥외 미디어광장, 수십 m짜리 LED 전광판, 홀로그램과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대형 전광판 등을 속속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늦어도 한참 늦은 조치다. 도시의 밤을 화려하게 빛내고 관광객과 시민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멋진 광고홍보물은 도시의 또 다른 진면목이다. 이번에 벤치마킹한 뉴욕의 타임스스퀘어를 비롯해 런던 피카딜리서커스, 상하이 황푸강변은 야간의 현란한 광채만으로도 세계적인 관광명소다. 지금처럼 나날이 발전하는 IT가 문화예술이나 각종 홍보콘텐츠와 결합할 때 광고문화는 도시 경쟁력까지도 좌우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작은 간판에도 그물망처럼 촘촘한 규제를 가해왔다. 어떤 분야 못지 않게 복잡한 행정규제가 버티는 곳이 이 영역이다. 자연히 도시는 칙칙해지고 밤이면 서울 도심조차 딱딱하고 건조한 살풍경을 연출해왔다. 가뜩이나 볼거리도 빈약한 판에 야간의 어둠이 지배하는 도시에 관광객인들 몰려들 것인가. 그런 광고규제의 단추 하나를 이제 겨우 푼 셈이다.
중앙정부는 어렵사리 규제를 풀었는데 서울시와 관할구가 엉뚱하게 장애물을 만드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증강현실로 가든, 대형건물 전부를 네온과 LED로 덮든 민간의 상상력이 한껏 발휘되는 자율공간이어야 국제적 명소가 될 수 있다. 교통과 보행의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어떤 행정가이드라인도 배제하는 게 좋다. 코엑스 일대의 효과를 봐가며 다른 곳으로 확대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한강도 같은 맥락에서 얼마든지 관광자원으로 가꿀 수 있다. ‘자연’보다 ‘인공, 문화’가 관광으로 더 주목받는 시대다. 화려한 밤의 풍광은 도시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다. 그렇게 도시가 진화해가야 일자리도 따라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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