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카페…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식당
레스토랑 금기에 도전한 일본 외식계 '이단아'
경쟁자 많으면 주전되기 힘들다
"일상적이지 않은 새로움 주자"…흡혈귀·앨리스 테마식당 잇단 대박
점포 늘리는 성공 방정식 깨고 브랜드당 점포수 제한…희귀성 부각
10년 간 파킨슨병 앓던 CEO
금융위기 구조조정으로 돌파
매장별로 받던 예약전화도 일원화
작년 매출 3100억…외식계 '큰손'
도쿄증권거래소로 옮겨 상장
[ 임근호 기자 ] 마쓰무라 아쓰히사 다이아몬드다이닝 사장은 일본 외식업계에서 ‘이단아’로 불린다.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식당 브랜드를 개발한 다음 반복적으로 점포를 늘려나가는 외식업계의 성공 방정식을 깨부셨다.
그의 첫 식당은 2001년 도쿄 주오구 긴자(銀座)에 문을 연 ‘뱀파이어 카페’. 온통 붉은 커튼과 촛불로 장식한 흡혈귀 테마 식당이다. 식당 한가운데 관이 놓여 있고 흡혈귀로 분장한 종업원들이 스테이크 등을 서빙한다. 이색 식당으로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몰렸다.
2호점을 낼 만했지만 ‘뱀파이어 카페 2호점’은 없었다. 대신 그는 두 번째 식당으로 2003년 긴자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열었다. 계단을 통해 건물 지하에 있는 식당에 들어서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과 같은 세계가 펼쳐진다. 음식을 주문하면 달걀과 올리브로 고양이 눈을 표현한 파스타가 나오는 식이다.
세 번째 가게는 규슈 요리를 파는 ‘다케토리햐쿠모노가타리(竹取百物語)’, 네 번째 가게는 벨기에 맥주를 파는 ‘파트라슈’였다.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식당을 계속 선보이며 다이아몬드다이닝은 현재 177개 브랜드로 총 27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호점, 3호점을 내기도 하지만 점포 수를 닥치는 대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수십 개로 제한한다.
4년 아르바이트하며 식당 창업 꿈꿔
마쓰무라 사장은 고치(高知)현 고치시 출신이다. 1967년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그는 “고치는 야구 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야구의 인기가 높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에 빠져 살았다”고 말했다. 야구 명문 고치중학교에 들어갔지만 1학년에서 100명 이상이 야구부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축구로 전향했다. “이렇게 많은 경쟁자가 야구부에 들어가선 3년이 지나도 주전이 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축구부 주장을 맡기로 했지만 전국대회 티켓을 손에 거머쥐진 못했다.
대학은 도쿄에 있는 니혼대 공학부에 들어갔다.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 간판은 신경 쓰지 않았다. 대도시에 있다는 게 중요했다. 그는 “고치에는 피자가게도 맥도날드도 없다”며 “어떤 맛일까 궁금해 대도시로 진학한 것”이라고 했다.
그가 식음료업계에 투신하게 된 데는 대학 4년 동안 이탈리아 레스토랑 ‘사이제리야’에서 일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좋아하던 여자 때문이었다. 그는 “잠깐 사귄 여자친구와 자주 가던 곳이었다”며 “차인 후에, 그래도 얼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거기서 일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4년 동안 1주일에 4~5일 일했다. 식당에서 일하는 게 좋았고 그만큼 신이 나서 일했다. 노력을 인정받아 4년째에는 시급이 1100엔으로 아르바이트생 중 가장 많았다.
대학을 졸업한 뒤 유명 디스코장을 여럿 운영하던 닛타쿠엔터프라이즈에서 6년간 근무했다. 이후 5년은 선탠살롱을 창업해 먹고 살았다. 퇴사 후 음식점을 낼 생각이었지만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워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선탠살롱이었다. 가게를 4개까지 열 정도로 대박을 냈고 여기서 번 돈으로 식당 창업에 나섰다.
“손님에게 즐거운 경험 줘야”
마쓰무라가 식당 창업에 나서며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점포를 꾸미는 것’이었다. 누구나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놀라움과 재미, 일상적이지 않은 경험을 찾는다는 생각에서다.
예컨대 도쿄 아카사카(赤坂)에 문을 연 이자카야(일본식 주점) ‘와라야키야’에선 매일같이 함성이 들린다. 와라야키(藁き)는 다랑어와 닭 등의 식재료를 태운 짚으로 굽는 고치 지역의 조리법이다. 요리하면서 만들어지는 불꽃에 손님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섞여 점포 안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생긴다. 색다른 이자카야라는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는 브랜드당 점포 수를 제한해 희귀성을 유지함으로써 개성이 강한 식당은 쉽게 질려 오래가지 못한다는 인식을 바꿔놨다. 다이아몬드다이닝이 선보인 식당 중에는 닭 꼬치구이 하나를 60엔에 파는 이자카야가 있는가 하면 1인당 2만엔이 넘는 고급 요정도 있다.
올해 2월까지인 2016 회계연도에 다이아몬드다이닝은 298억2000만엔(약 31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으로 9억5200만엔(약 99억원)을 남겼다. 2007년 오사카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지난해 도쿄증권거래소 1부로 옮겼다.
위기 후 체인점 강점 결합
창업 후 승승장구만 했던 건 아니다. 2012년부터 2년간 회사는 이익이 줄어드는 침체기를 맞았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인해 신규 점포 매출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마쓰무라 사장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택했다. 사내에서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흑자를 보이는 점포까지 예외없이 집약하는 전략을 취했다. 한때 177개 브랜드, 368개 점포이던 것을 74개 브랜드, 272개 점포로 줄였다.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 쌓아올린 개별 점포의 강점(각각의 점포만이 가진 개성)에 체인점의 강점(규모의 경제)을 더했다. 브랜드별로 특성을 파악해 수익성이 높고 확장이 쉬운 브랜드는 적극적인 점포 확대를 허용했다. 볏짚으로 요리하는 와라야키야는 14개 점포까지 늘렸다. 반면 희소성이 중요한 브랜드는 단일 점포를 유지했다. 뱀파이어 카페는 지금도 1호점으로만 남아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점포별로 구매하던 식재료를 본사가 일괄 구매했다. 매장별로 받던 예약도 예약 전용 센터를 만들어 일원화했다. 센터에서 각 점포의 예약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손님이 원하는 시간에 예약하기 어려우면 근처의 다른 매장을 추천할 수도 있다. 2014년부터 점포 매출과 방문객 수는 다시 늘기 시작했다.
작년 7월 마쓰무라 사장은 자신이 10년째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1500엔이 넘던 주가가 900엔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1100엔대로 회복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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