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7곳 중 6곳 매출 감소
법정관리 졸업 후 신뢰 회복
화주들 주문량 꾸준히 늘려
선대도 170여척에서 202척으로
곡물유통사업 하림과 시너지
이익은 제자리…수익 확보 관건
[ 정지은 기자 ]
전 세계적으로 해운업황이 침체되면서 국내 해운운송 업체의 매출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상장된 국내 해운업체 7곳 중 6곳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었다. 이 와중에 단 한 곳만이 ‘나홀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받다가 지난해 7월 하림그룹 계열사가 된 팬오션이다.
27일 한국경제신문이 상장된 국내 해운업체 7곳(한진해운 현대상선 팬오션 SK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대한해운)의 올 1~9월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동기(14조9896억원)보다 22.6% 감소한 11조6011억원에 그쳤다. 팬오션을 제외한 6곳의 매출이 모두 떨어지면서 전체 매출 규모도 줄었다. 감소 폭은 지난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이 32.4%로 가장 높았다. 현대상선과 SK해운은 24.7%, 21.1%씩 감소했다. 대한해운(7.2%)과 장금상선(5%) 흥아해운(2%)도 소폭 하락했다.
팬오션의 올 1~9월 매출은 1조36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3072억원)보다 4.1% 증가했다. 폭 자체는 크지 않지만 증가세를 나타낸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팬오션의 매출 성장 요인은 리스크가 줄어든데 따른 화주들의 주문량 증가가 첫 손에 꼽힌다. STX그룹 핵심 계열사였던 팬오션은 2013년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하림그룹에 인수되면서 새롭게 출발했다. 팬오션 관계자는 “법정관리 때 ‘털고 갈 것은 다 털었다’는 측면에서 화주들의 신용도가 회복된 것 같다”며 “물동량이 꾸준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물동량 증가에 따라 선대(선단 규모·상시 운영 기준)도 지난해 6월 170여척에서 202척으로 18.8% 증가했다.
법정관리 때 불리한 장기용선 계약을 정리해 잠재적인 부실 위험을 없앤 것도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해운사들이 시황이 좋을 때 비싼 용선료를 내고 장기 계약한 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다르다.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가 오른 것도 팬오션에 호재다. BDI는 지난 2월 290까지 바닥을 쳤다가 1181(25일 기준)까지 회복됐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벌크선 운임을 좋게 받을 수 있다. 전체 사업에서 벌크선 비중이 80.3%에 달하는 팬오션에 유리하다.
지난 2월부터 시작한 곡물유통사업도 매출에 기여했다. 팬오션은 해운 기반을 활용해 곡물을 조달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곡물 수요기반을 보유한 하 껐?시너지를 내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길게 잡아도 10년 뒤면 세계 곡물 시장에서 카길 다음가는 회사로 팬오션을 키울 것”이라고 비전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팬오션은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팬오션의 올 1~9월 영업이익은 117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736억원)에 못 미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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