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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로마의 휴일'과 '리플리'…스크린 주인공이 되어 이탈리아 로마를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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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단골 배경…이탈리아 로마·바티칸 여행



오랜 역사를 견뎌낸 건축물과 예술작품이 가득한 로마는 수많은 영화의 배경지로 등장했다. 로마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인 스페인 광장에 있는 스페인 계단은 영화 ‘로마의 휴일’을 비롯해 많은 영화에서 소개됐다. 1960년 작 프랑스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리메이크한 ‘리플리’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로마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보나 광장은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주인공 리즈가 젤라토를 먹던 곳이다. 이 영화의 원작자인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첫 결혼이 파탄난 뒤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그려냈고 이후 세계적인 작가가 됐다. 책에는 발리에서 두 번째 남편이 될 누네스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상세히 나와 있다. 극 중 주인공 리즈는 이탈리아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고 인도의 요가 수양원에서 수양하며 지나간 사랑과 이별한다. 로마에서 영화 주인공처럼 먹고 자고 즐길 만한 곳을 찾아보는 것도 여행의 흥미를 더해준다.

고전적 분위기가 인상적인 레스토랑

트라토리아(Trattoria)는 피자나 파스타, 리소토 같은 일반적인 이탈리아 음식을 격식 없이 차려내는 소규모 식당을 말한다. 1800년에 여관이었던 건물을 레스토랑으로 바꾼 트라토리아 트리톤 식당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해였다. 웹 전문 영화제인 로마 웹페스트에 방문했을 때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계단에서 멀지 않아서 고대 로마의 정취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식당 앞은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으로 채워져 있다. 로마의 주요 역사 유적지에는 대부분 코블스톤(자갈)이 깔려 있다. 돌은 로마 외곽 화산 지역 등에서 많이 생산된다. 거리에는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많은데 이렇게 거친 지면을 높은 굽을 하고 어떻게 걷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레스토랑 안은 실내 장식부터 고전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수세기를 견뎌온 나무 기둥과 추위를 견디기 위해 사용했던 로마시대 고대 석조 벽난로도 보인다. 벽에는 오래된 그림이 걸려 있고, 할리우드 유명배우의 사진도 볼 수 있다. 아늑한 분위기 탓인지 가정집에 와 있는 듯한 착각도 든다. 여름에는 야외 정원 테이블에 앉아서 촛불을 벗삼아 로맨틱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영화 ‘대부’에 나오는 배우처럼 생긴 레스토랑 경영자는 직접 방문객을 맞이한다. 치즈 갈이 시연도 볼 수 있었다. 2014년산 파마산 치즈 뭉치를 한 손에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치즈강판을 잡는다. 춤을 추듯 하며 치즈를 깎아내리니 치즈 가루가 하얀 눈처럼 음식 위에 소복하게 쌓였다. 그 모습을 본 손님들은 손뼉을 치고, 사진도 찍는다. 멋진 디자인의 치즈강판은 전시용으로 주방에 걸어 놓기도 한다.

번잡한 로마에서 만난 한가로운 숙소

더 처치팔레스 호텔(thechurchresort.com/thechurchpalace/en)은 원래 가톨릭 단체가 운영했다. 완공 초기에는 교회 예배나 기타 행사가 있을 때 손님들이 머물렀다. 호텔 뒤쪽 건물에 예배당이 있는 이유다. 개·보수를 거친 뒤 지금은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호텔로 바뀌었다.

도심 속에서도 약간 한적한 곳에 있어 전체적으로 조용하다. 호텔은 입구부터 인상적이다. 수백 년 이상 자란 나무들이 양쪽에 늘어서서 손님을 반갑게 맞이한다. 시집에 그려진 삽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이다. 일반 도심지 호텔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호텔 앞에 서면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밤에는 조명으로 빛나서 더욱 아름답다.

로비의 바닥과 기둥들은 모두 천연 대리석으로 만들었다. 벽에는 미술작품이 벽 색깔과 조화롭게 걸려 있어서 한층 세련된 실내 디자인을 연출한다. 둥근 라운지 바가 보이고, 그 옆에 스퀘어 바 라운지 레스토랑, 그리고 조식이 나오는 뷔페 레스토랑도 있다. 4성급 호텔이지만 객실 요금과 음식비용은 3성급 호텔과 가격이 비슷해서 그리 부담되지 않는다. 200개의 현대적인 객실은 아주 깨끗해 마음에 들었다. 레스토랑의 실력 있는 요리사들은 전통 지중해식 요리 등 다양한 메뉴를 내놓는다. 호텔에서 바티칸 뮤지엄 입장권을 살 수 있는 것도 攘? 미리 사두면 관광할 때 길게 줄을 설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다. 호텔 앞은 공원이라서 산책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다녀올 수 있다.

더 처치팔레스 호텔에선 엔터테인먼트 행사도 많이 열린다. 내부에 돌비 서라운드 음향 시스템을 갖춘 600석 규모의 극장이 있어서 파티 장소로도 인기다. 멋진 분위기 때문에 레드카펫 행사를 하기에도 적합하다. 복잡한 도심 속 호텔보다 한가롭고 여유 있는 공간에서 머물고 싶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로마에서 더욱 빛나는 현대적인 미술관

고대 유산이 가득해서 도시 자체가 거대한 박물관을 이루는 곳이 로마다. 고대 로마 건축물의 유산이 거대해서인지 현대 건축물로 국제적인 조명을 받을 기회가 별로 없기도 하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가 현대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자 야심 차게 선보인 것이 2010년 5월에 개관한 로마 국립21세기미술관(MAXXI, fondazionemaxxi.it)이다. 맥시라는 이름은 ‘21세기의 미술’을 상징한다. 로마국립21세기미술관은 이탈리아 최초의 국립 공공 현대미술관으로 1998년부터 10년 동안 지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지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시 자체도 볼 만하지만 실제로는 건물이 더 유명하다. 고대의 아름다움이 숨 쉬는 로마에 자리한 현대적 건축물이기 때문일까. 곡선의 아름다움이 빛나는 내부는 시선을 끌 만하다. 하얀 벽과 기둥, 검은색 계단, 천장에 걸려 있는 기다란 빨간색 봉까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꾸몄다.

미술관 안에는 카페와 서점, 극장 등이 들어서 있다. 흐르는 물과 같이 구불구불한 형태의 실내는 자연광의 보조를 받고 있다. 내부에서 열린 공간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마치 영화 ‘해리포터’ 속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등장하는 계단과 비슷한 느낌이다.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는 효과를 통해 매우 복합적인 공간적, 기능적 경험을 창출한다. 검은색 계단을 올라가서 밑을 바라보니 새로운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밑에서 위로, 위에서 밑으로 봐도 조화를 이룰 만큼 완벽하게 설계했다. 여기에 대각선 공간을 가로지르는 빨간 파이프들은 강한 악센트를 준다. 보는 이의 예측과 기대를 뛰어넘을 만하다.

맥시 뮤지엄은 단순히 작품의 전시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전 세계 패션, 영화, 광고 등에 대해 연구하는 창작 공작소의 기능도 한다. 5회째를 맞는 로마웹페스트가 계속 이곳에서 행사를 여는 까닭일 것이다. 이 미술관은 패션필름, 웹시리즈, 기타 프로그램과 어우러진 로마웹페스트 행사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고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로마에서 현대의 아름다움을 만날 드문 기회를 놓치지 말자.

강영만 < 영화감독·K웹페스트집행위원장 youngmankang@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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