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 대규모 투자로 바이오시대 준비
NIE 포인트
세계 시장을 차지하려는 국내 기업의 움직임을 알아보고
정책 당국자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토론해보자.
[ 조미현 기자 ]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국내 시장만을 공략하던 제약사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복제약(제네릭) 개발에 머물렀던 것에서 신약 연구개발(R&D)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급격하게 성장하는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선도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는 한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분야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알테오젠 등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들었다. 항체 의약품을 복제한 바이오시밀러는 일반 화학의약품 제네릭과 달리 제품 개발에만 수천억원이 들어간다. 살아 있는 세포로 치료제를 만들기 때문에 사실상 신약 기술과 맞먹는다는 평가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휴미라 레미케이드 엔브렐 란투스 등 대형 바이오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잇따르면서다. 애브비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는 한 해 130억달러(2014년 기준)를 벌어들인 초대형 블록버스터 신약이다. 이 치료제는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올해와 2018년 특허가 끝난다. 셀트리온 램시마의 오리지널 신약인 레미케이드(존슨앤드존슨)는 101억달러 매출을 올렸다. 이 치료제는 지난해 유럽에서 특허가 만료됐다. 미국에서는 2018년 특허 완료된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일찌감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관심을 가졌다. 램시마(셀트리온) 베네팔리(삼성바이오에피스) 등 한국 제약기업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가 미국, 유럽 등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다.
신약 기술로 글로벌 시장 도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기술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것도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이다. 특히 세계 2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과 유럽을 직접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한국 기업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슈퍼항생제, SK케미칼의 혈우병 치료제 등이 동물실험 단계에서 해외 제약사에 기술 이전됐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사노피, 일라이릴리, 얀센 등 다국적 제약사에 7조원이 넘는 규모의 기술 수출을 이뤘다. 당뇨 신약 기술, 항암 치료제 등 다양하다. 국내 기술을 사간 다국적 제약사들은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이 드는 임상시험을 해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첨단 치료제 분야의 선전도 눈에 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세계 최초의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일본에 5000억원 규모로 기술을 수출했다. 바이로메드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 치료제의 글로벌 임상시험 3상에 들어갔다.
정부 대대적 투자 방침
국내 바이오산업 생산액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5년 2조8000억원이었던 생산액은 2014년 7조6000억원으로 연평균 11.9%씩 증가하고 있다. 수출도 같은 기간 1조2000억원에서 3조4000억원으로 세 배가량 늘어났다.
정부도 바이오산업 분야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따르면 2013년 정부의 바이오산업 투자 규모는 2조5283억원이다. 연평균 14%씩 늘어나면서 2004년 6061억원에 비해 네 배가량 확대됐다.
정부는 2020년까지 세계 바이오 7대 강국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과 사업화 연계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바이오시밀러 등 틈새 시장과 줄기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혁신 시장을 동시에 선도할 계획이다. 한국이 강점을 갖춘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글로벌 기술혁신 바이오 기업 50개, 혁신 신약 10개 등을 키우기로 했다.
그린 바이오 등도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M&A를 활발히 하고 있다. M&A를 통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고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인재 확보, 신시장 진출 등 다양한 목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사 간 사업부문을 인수하거나 사업부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M&A도 이뤄지고 있다. 2010년부터 5년 동안 전 세계 제약기업 대상 M&A는 1938건이었다. 이 가운데 미국 24%, 중국 11%, 일본 6%를 차지했다 .한국은 3%에 불과하다. 피인수 기업 수도 현저히 적다.
이와 함께 그린바이오나 화이트바이오산업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합성농약을 대체할 바이오 농약, 식물, 해조류와 같은 친환경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화학, 동물 미생물 등 천연 생물체에서 유래한 바이오소재 등 미래 경제를 주도할 바이오 융합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조미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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