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1년 만에 비판 입장서 선회
'지역공동체' 표현 버리고
마을공동체 사업 추진
[ 강경민 기자 ]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사업’은 특정 성향의 활동가들을 위한 정책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공동체 사업’은 서울시와는 전혀 다릅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당시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실 고위 관계자는 공식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방행정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행자부 지방행정실은 몇 년 전부터 지역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주민이 중심이 돼 마을 단위의 소규모 공동체를 회복시켜 다양한 분야의 지역 현안을 주민 스스로 해결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매년 교부세 명목으로 한 곳당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사업과 비슷한 정책이다. 박 시장은 2011년 보궐 선거 때 마을공동체 사업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울시의 정책 추진 목표도 소규모 공동체를 회복시키겠다는 정부의 목표와 같다. 그럼에도 행자부는 지역공동체 사업은 박 시장의 마을공동체와는 철학부터 다르다고 강조해 왔다. 소규모 활동가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모든 지역 주민을 위한 사업이라는 게 행자부의 설명이다. 박 시장의 핵심 브랜드가 된 마을공동체라는 용어 대신 지역공동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행자부는 지난해 6월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한 특별 조사를 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야권의 대선 후보로 꼽히는 박 시장을 겨냥한 표적 조사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마을공동체라는 표현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해 온 행자부가 달라진 건 지난해 말부터다. 이전까지 써 온 지역공동체 사업을 마을공동체 사업이라는 표현으로 바꿨다. 행자부 관계자들은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자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의 차이도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불과 1년 전까지 행자부가 보인 태도와는 딴판이다. 이유가 뭘까. 행자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동체 사업은 사실상 공통점이 많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행자부가 색깔론적 시각을 앞세워 의도적으로 서울시와 선 긋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013년 당시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을 비판했던 행자부 고위 공무원은 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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