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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과열에 유커 쇼핑 제한까지 사후면세점 '설상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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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1만4000여곳 영업
LIS 등 기업형 사후면세점
9월 이후 매출 30% 줄어

중국 저가 패키지 단속에
방문객수도 20% 이상 감소



[ 정인설 / 고은빛 기자 ] 서울 충무로에 있는 사후면세점(tax free:부가가치세 면제) 진간보. 2개 층을 합해 영업면적이 2100㎡가 넘어 성수기에 매일 1000명 이상의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방문하던 곳이다. 하지만 23일 오후 이곳의 쇼핑객 수는 20여명에 불과했다. 주차장에 있는 버스도 한 대였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한국 등으로 가는 저가 패키지 여행을 규제하겠다고 공표하면서 생긴 변화다. 한 입점업체 사장은 “지난달 말부터 방문객 수가 20% 정도 줄더니 매출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가량 떨어졌다”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한참 힘들었던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1위 사후면세점도 적자

사후면세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시내면세점(duty free:관세와 부가가치세 면제)이 급증하는 가운데 사후면세점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도 늘어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엔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시장을 위축시키는 정책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내우외환’이고 ‘설상가상’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3일 유커들의 한국 관광에 제동을 걸었다. 저가 패키지 상품을 통해 한국 등으로 가는 단체 관광객을 규제하기로 했다. 사후면세점이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시내면세점은 단체 관광객과 개별 관광객 비중이 엇비슷하지만 사후면세점을 찾는 쇼핑객은 90% 이상이 단체관광객이기 때문이다.

사후면세점을 전문으로 운영하는 기업형 면세점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진간보를 포함해 전국에서 사후면세점 여덟 곳을 운영하는 LIS의 매출은 지난달부터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줄고 있다. 사후면세점 업체인 KTC듀티프리 관계자는 “방문객 수도 줄고, 쇼핑객의 평균 구매액도 작년보다 감소해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기업형 사후면세점 불황은 이미 예고됐다. 올 들어 시내면세점뿐 아니라 사후면세점도 숫자가 계속 늘었다. 사후면세점은 외국인이 물건을 사면 부가가치세를 주로 출국장에서 돌려주는 곳으로, 세관에 신고만 하면 누구나 영업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부가가치세를 현장에서 바로 돌려주는 ‘즉시 환급제’가 시행되며 대형마트와 백화점, 편의점들이 대거 사후면세점으로 등록했다. 작년 말 1만774개이던 사후면세점은 지난 6월 말 1만3982개로 30%가량 늘었다. 경쟁 격화로 LIS의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831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20%가량 줄었다. 작년 3분기 누적 268억원이던 영업이익도 올해 같은 기간 87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시내면세점으로 ‘사드 쇼크’ 확대되나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은 아직까지 중국발(發) 악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부가가치세뿐 아니라 관세까지 면제해 주는 장점이 있어 유커들이 우선적으로 찾고 있어서다. 한국산 화장품과 건강식품 일색인 사후면세점에 비해 상품 구성도 다양하다.

하지만 시내면세점으로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만 해도 한국을 찾은 유커 수가 1년 전에 비해 259% 늘었지만 지난달부터 이 증가율이 5%로 뚝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유커들의 여행 일정 중 쇼핑 횟수를 1회로 제한키로 한 점도 악재다. 그동안은 3박4일 단체여행 상품 기준으로 평균 3~4회가량 면세점을 들렀지만 앞으로 면세점 방문 횟수가 1회로 줄어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면세점에 비해 영업망이 취약한 신규 면세점들이 타격을 받는다. 작년 6월 말 6개이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내년이면 13개로 늘어난다.

며칠 전 중국 정부가 한류 스타가 나오는 방송과 광고를 금지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시내면세점들은 중국에서 한류 스타를 이용해 마케팅을 하고 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명분으로 중국이 계속 규제책을 내놓으면 유커 수는 향후 6개월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후면세점뿐 아니라 전체 면세점업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고은빛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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