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아름 기자 ]
신흥국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이 수출 중심의 신흥국에 악재를 안겼다는 분석이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의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공약에 인프라 관련주들은 상승세를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면면을 따져 보면 이같은 우려와 기대가 모두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연말까지는 '트럼프 당선'의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1일 오전 10시18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74포인트(0.34%) 하락한 1967.84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대선이 열리기 전인 8일(2003.38)보다 1.8% 하락했다.
트럼프 당선의 충격을 받은 것은 국내 증시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충격'의 직격탄을 받은 멕시코에서는 페소화가 12.7% 급락했고 지수도 8% 이상 떨어졌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인도, 인도네시아 등 남미·아시아 신흥국도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전망과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 諛㉯?맞물리며 달러 강세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기금 선물금리는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98%로 잡고 있다.
하지만 정책적인 면만 보면 트럼프의 재정정책이 신흥국에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평가다. 최근의 달러 강세는 재정 지출 확대가 채권 발행량을 늘릴 것이라는 '강세 요인'만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재정 지출 확대는 건전성 악화라는 측면에서는 달러 약세 요인"이라며 "현재 강세 측면이 더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까지는 달러화 강세 압력이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 추가 강세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신흥국 증시의 조정은 일단락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를 놓고 중동과의 힘겨루기를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위해 셰일오일 등 전통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원유 시장에서 중동과 치킨 게임을 벌이겠다는 것이 아닌, 신재생에너지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취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이 셰일오일 개발을 늘리고 보조금을 지급한다 해도 여전히 중동 원유보다 생산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의 인프라 투자 공약에 대한 과도한 기대 역시 경계하라는 주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향후 10년간 1조 달러를 인프라 투자에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즉, 연간 투자 계획은 1000억 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중국 정부가 발표한 6조 위안(8800억 달러)이나 2012년 미국의 견간 채권매입금액인 1조200억 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재정집행보다는 민간 투자를 유인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략적인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전에 중국과 미국이 수천억 달러를 재정·통화정책 경로로 투입했지만 물가나 성장을 크게 자극하지 못했었다"며 "현재의 인프라투자에 대한 모멘텀은 다소 엇나가거나 앞서 나간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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