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민 기자 ] '미식가의 성서'라 불리는 세계적인 맛집 평가서 미슐랭가이드의 서울편이 지난 8일 발간됐다.
발간과 동시에 한국 음식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등 여러 논란을 낳았지만 화제성 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100년이 넘는 역사의 미슐랭가이드가 선택한 맛집이라면 '먹방 열풍'에 쉽게 휩쓸리지 않던 당신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샘솟기 마련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가격대가 10만원선을 훌쩍 넘어서는 식당이 적지 않다.
20일 한경닷컴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한도 기준인 3만원 예산으로 한끼를 즐길 수 있는 '스타 레스토랑'을 소개한다.
기준에 맞는 한식당 4곳, 중식당 1곳 등 총 5곳의 1스타(별) 레스토랑 중 자비로 직접 다녀온 2곳의 경우 동행인의 평가도 더했다. 별 1개는 '차별화된 음식으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을 뜻한다.
미슐랭가이드 서울편에서 눈길을 끈 점은 '게장'을 비롯한 한식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특히 '큰기와집'은 미슐랭가이드에 실린 4개의 게장 식당 중 별을 획득한 유일한 집이다.
1977년 목포에서 문을 열었으나 1998년 서울 삼청동으로 이전해 역사가 깊다. 청주 한 씨 집안의 300년 된 씨간장을 이용한 간장 게장을 선보인다. 2대째 주인인 한영용 대표는 호서대 벤처대학원에서 발효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단품 메뉴는 2만2000원부터 시작하지만 주력 종목인 게장이 들어간 '꽃게장 비빔밥'은 2만9000원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비빔밥은 게 살이 발라져 나와 손을 대지 않고도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놋그릇에 11가지의 밑반찬과 된장찌개, 옥수수죽이 한상차림으로 나와 눈이 즐겁다.
미슐랭가이드는 큰기와집 간장 게장에 대해 "특유의 깊은 감칠맛이 유명하다"며 "간장으로만 간을 한 반찬은 파와 마늘이 적게 들어가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다"고 평가했다.
조각보로 꾸민 테이블과 놋그릇과 고풍스러운 그림 등으로 실내 장식 등은 옛 가정집에서 대접받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철역에서 도보로 10분 가량 걸리지만 삼청동의 운치를 즐길 수 있을 정도다. 11월까지는 예약이 찬 상태지만 점심의 경우 평일 기준 오전 11시30분께 찾아가면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동행인은 "발라먹을 필요가 없어 외국인 친구가 게장을 먹어보고 싶어 한다면 삼청동 관광코스를 짤 때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발우공양'은 대한불교 조계종이 운영하는 사찰음식 전문점이다. 사찰에서 전승된 전통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사찰음식인 만큼 고기와 해산물 뿐 아니라 '오신채'라 불리는 파·마늘·부추·달래·양파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사찰에서 직접 만드는 재래식 고추장과 된장·간장·유기농 재료로 만들어 정갈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점심 시간에 한해 3만원짜리 '선식' 코스를 맛볼 수 있다. 코스에는 6단계에 걸쳐 연근으로 만 채소와 단호박죽, 연근물김치, 말린 도토리묵과 가을 채소 잡채, 고수 겉절이, 두부 무채찜, 모둠버섯강정, 장아찌, 들깨탕, 연잎밥, 된장찌개, 각종 나물 등이 나온다.
아기자기하고 정갈하게 그릇에 담겨 나오는 모양새에 절로 '예쁘다'는 탄성이 나왔다. 전반적으로 슴슴하고 뒷맛이 깔끔했다. 각 요리가 나올 때 마다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템플스테이를 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지 영어가 메뉴판에 병기 표시돼 있었고 중국어와 일본어 메뉴도 함께 있었다. 방문 당시에도 외국인 고객이 다수 눈에 띄었다.
동행인은 "고기가 없어도 충분히 입과 눈이 즐거웠다"며 "다만 남성이라면 양이 적게 느껴질 만한 양"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왕육성 셰프의 서교동 중식당 '진진'은 5곳 중 유일한 중식당이다. 드높은 인기로 현재 3호점인 진진가연까지 지점을 늘려 운영하고 있다.
짜장면·짬뽕·탕수육이 메뉴에 없어 일반적인 중식당을 예상했다면 당황할 수 있다. 볶음밥이 8300원부터 시작하고 가장 고가의 일품요리도 4만원을 넘지않는다.
미 떱ʼn÷絹弱?"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하고 수준 높은 중식을 제공해 늘 문전성시를 이루니 예약은 필수"라고 평가할 정도다.
미슐랭가이드에서 언급한 메뉴 '멘보샤'는 다진 새우살을 식빵 두조각 사이에 발라 튀겨낸 요리다.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란 게 세간의 평가다.
강남으로 넘어가면 한식당 '하모'와 고깃집 '보름쇠'가 있다.
하모는 진주 지역 전통음식을 재해석한 점이 특징이다. 식당 이름인 하모는 경상도 방언으로 '아무렴'을 뜻한다.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콩으로 간장과 된장을 만들어 사용하고, 과하지 않는 양념으로 맛을 냈다는 평가다.
단품은 고추장으로 비벼먹는 육회 비빔밥 '진주비빔밥' 한 그릇이 1만2000원부터 시작한다.
반상 중 가장 저렴한 하모반상은 2만7000원으로 오후 4시까지만 주문 가능하다. 조선잡채, 육전, 석쇠불고기와 함께 전주비빔밥·헛제사밥·된장칼국수 중 식사를 골라 먹을 수있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조선 간장으로 비벼먹는 나물비빔밥인 헛제사밥, 해물육수 칼국수인 된장칼국수를 권한다.
보름쇠는 제주 흑우를 맛볼 수 있는 소고기 전문점이다.
식당이 운영하는 제주도 농장에서 고기를 직접 공수해 고기맛에 대해 자부한다. 본격적으로 고기를 굽기 시작하면 3만원은 훌쩍 넘기 마련이지만 육회와 구이, 된장찌개로 구성된 점심 세트는 2만5000원에 맛볼 수 있다. 점심에는 찌개류 등 단품 메뉴도 있다.
아울러 보다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싶다면 미슐랭가이드의 '빕 구르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빕 구르망은 1957년 도입된 '합리적인 가격의 친근한 분위기를 갖춘 식당'이다. 구체적인 가격(유럽 지역 35유로·일본 5000엔·미국 40달러)을 기준으로 맛있는 음식점에 미쉐린의 마스코트 비벤덤이 입맛을 다시는 픽토그램을 부여한다. 서울편에서는 가격을 평균 3만5000원 이하 수준으로 잡았다.
미슐랭가이드는 지금까지 세계 27개국에서 매년 발간됐고, 올해 28번째 국가로 서울편이 추가됐다. 서울편에는 140여 개의 레스토랑과 30여 개의 호텔이 수록돼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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