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비선 실세' 최순실(60)씨가 쓰던 것으로 파악한 태블릿PC에 담겨 있던 것 외에 추가로 청와대와 정부 부처 문서 다수가 최순실(60·구속)씨 측에게 넘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1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최순실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을 비롯한 최씨의 거처와 비밀 사무실 등 여러 곳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청와대와 정부 부처 문건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 문건들은 최씨가 사용하던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태블릿PC에 있던 문건들과는 별개의 것들로서 대부분 사본 형태였다.
추가로 발견된 문서들에는 청와대 관련 자료 외에도 부동산 개발, 체육 특기생 선발 등에 관한 각 정부 부처 문건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새로 발견된 문서들이 최씨와 차은택(47·구속) 등이 참여했다는 '논현동 비선 회의' 때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씨가 매일 청와대에서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 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하는 비선 회의를 운영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검찰은 해당 문서들을 분석한 결과, 공무상 비밀로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문서들이 여럿 포함됐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판단한 태블릿PC에서 청와대 등 정부 기관이 만든 50여개의 문건을 발견했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 북한과 비밀 접촉 내용이 담긴 인수위 자료,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담은 외교부 문건, 국무회의 자료 등이 망라됐다.
검찰은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에 '메신저' 역할을 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주도해 새로 발견된 문서와 태블릿PC 속 문서들을 이메일 등을 통해 보내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검찰은 이달 19∼20일 최씨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공범), 사기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정 전 비서관을 공무비밀누설 혐의로 구속기소할 방침이다.
다만 검찰은 유출된 문건들이 절대 다수가 미완성본이거나 청와대 내부 전산망에 등록돼 문서번호가 부여되지 않은 문서로 확인돼 정 전 비서관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검찰은 청와대 정보 보안 책임을 진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최씨를 청와대에 수시로 출입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안봉근 전 비서관의 경우 아직 문건 유출에 가담한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되지 않아 일단 이번 기소 대상에서는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후 추가 수사에서 이들의 혐의가 구체화한다면 형사 처벌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 문자 메시지, 관련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이 연설문 등 자료를 최씨 측에 보여주라고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박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에게 연설문 수정 등과 관련해 최씨 측의 '컨펌'을 받았 윰캅?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대통령 대면 조사를 통해 최씨 측에게 문건을 보여주도록 지시한 배경, 연설문이 아닌 다른 정부 문건이 최씨 측에 흘러가게 된 경위를 알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일반 연설문이 아닌 공무상 비밀 내용이 담긴 문서들까지 최씨 측에게 건네도록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될 경우 정 전 비서관과 함께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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