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스타트업 톡톡
연령대마다 가진 장점 달라
경험과 도전정신 둘다 중요
“20대 창업자는 안 되겠다 싶으면 쿨하게 접고 다시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실패 확률이 높지만 ‘대박’ 확률도 높다.”
“40대 창업자는 웬만해선 포기하지 않고 버틴다. 어린 자녀를 생각하면 도중에 접기가 쉽지 않다. 실패 확률이 낮은 대신 ‘대박’ 확률도 낮다.”
최근 저녁식사 자리에서 두 창업자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명백한 근거를 대긴 어렵지만, 일리 있는 얘기라고 여겨졌다. 대학 4학년 때 자퇴하고 창업한 김영호 말랑스튜디오 대표와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한 안병익 식신 대표. 두 사람은 20대와 40대 창업자의 특징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두 창업자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김 대표는 대학 4학년 때 자퇴하고 28세에 말랑스튜디오를 창업했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이 한창 뜨고 있어서 ‘못 할 게 뭐가 있겠느냐’는 마음으로 자신 있게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자퇴를 결정할 때 고민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재밌게 사는 방법이 뭘까 생각했을 뿐 고민은 안 했다”고 답했다. 세상 물정을 몰라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도 아니었다. 중·고교 시절 아버지 사업이 두 차례 부도가 나 곤경에 처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사업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안 대표는 김 대표와 달리 떠밀려서 창업했다. KT 연구원 시절 사내벤처를 같이하자는 상사의 제안을 받고 석 달 동안 버텼다. 인터넷 지도 사업이었다. 결국 사내 벤처에 합류했고, 나중에는 아예 퇴사해 위치 기반 친구 찾기 서비스 기업인 포인트아이를 설립했다.
다행히 포인트아이가 자리를 잡았고 코스닥시장 상장까지 했다. 안 대표는 지분을 정리하고 세 번째 창업에 나섰다. 위치 기반 소셜서비스 씨온을 창업했다.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위치 기반 맛집 추천 서비스 식신으로 변신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한 김 대표, 떠밀려서 창업했다가 코스닥 상장까지 경험한 안 대표. 창업 동기는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재밌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자 장점을 잘 살리고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김 대표는 패기로 도전하고 있고, 안 대표는 경험을 살려 끈질기게 버티며 장기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창업지원센터 디캠프를 이용하는 창업자는 대기업을 그만둔 30대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대학 졸업 직후 창업전선에 뛰어든 20대도 자주 눈에 띄고, 40대 늦깎이 창업자도 심심찮게 보인다. ‘디지털 창업자’의 연령대도 다양해지고 있다. 결국 자신이 지닌 장점을 잘 살리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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