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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무원으로 산다는 건] 겉돌기만 하는 개방형 직위제…민간인 없고 공무원만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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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하복' 적응 힘들고 인재유치 메리트 없어


[ 이태훈 기자 ] 공무원 사회의 ‘복지부동’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게 개방형 직위제도다. 공직 일부를 민간인으로 채우자는 취지에서 2000년 시작됐다. 이달 들어서도 고용노동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국세청 등 11개 기관이 국·과장 직위를 공개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개방형 직위제가 공무원 사회를 변화시켰다고 말하는 공직자는 드물다. 이 제도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민간 전문가 출신 A씨는 “공무원 사회가 폐쇄적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만큼 뿌리를 내리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는 “여전히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의 일처리가 이뤄지는 상명하복식 문화와 민간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 부족 등이 가장 큰 문제”라며 “민간 전문가에게 몇 개의 직위를 맡긴다고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개방형 직위를 민간인이 아니라 공무원이 차지하는 것도 이 제도가 겉도는 이유다. 개방형 직위라고 무조건 민간인을 영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과 민간인이 함께 공개경쟁을 통해 임용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획재정부 개방형 직위 임용자 24명 중 22명이 기재부 출신이었다. 나머지 두 명도 고용부와 한국은행 출신으로 순수 민간인은 한 명도 없었다. 개방형 직위에 임용된 민간인은 계약직 신분이다. 계약기간은 5년이다. 반면 공무원은 경력직으로 임용돼 계속 공무원 신분을 이어갈 수 있다.

불이익은 똑같이 받는다. 민간인 출신도 퇴직 후에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3년간 해당 분야에 취업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일 만한 메리트가 부족한 데다 근무처마저 대부분 세종시로 이전됐다”며 “제도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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