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족집게 '모그IA'는?
2004년 인도계 스타트업 개발
정글북 주인공 모글리처럼 스스로 학습하면서 진화
SNS서 2000만개 데이터 분석…'머신러닝'으로 알고리즘 개선
부시·오바마 때도 당선 맞혀
[ 이호기 기자 ] ‘정글북 주인공 모글리처럼 환경에 적응하며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AI).’
인도 유력 일간지인 인디언익스프레스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를 예측한 AI 프로그램인 ‘모그IA’를 이같이 평가했다. 인도계 AI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제닉AI가 2004년 개발한 모그IA는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트럼프에 이르기까지 모두 네 차례나 미국 대선 결과를 정확하게 맞혔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에서 수집된 2000만개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냈다.
◆환경에 맞춰 알고리즘 바꿔
모그IA의 이름은 19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러디어드 키플링의 단편 소설 《정글북》에 나오는 주인공 모글리에서 따왔다. 갓난아기로 정글에 버려진 모글리는 동물들의 보살핌 속에 스스로 대자연 환경에서 적응하며 성장해나간다. 모그IA도 정해진 알고리즘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선거 지형을 ‘머신 러닝’ 방식에 따라 스스로 학습해 규칙을 재조정한다.
힐러리 클린턴과 트럼프의 대선 캠프는 각각 SNS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선거 막판에 챗봇 등을 활용해 수백만건에 달하는 트윗 또는 SNS 게시물을 쏟아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트윗의 약 3분의 1, 클린턴에게 우호적인 글의 5분의 1가량이 이처럼 챗봇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그IA는 이 같은 노이즈(실제 여론과 무관한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도 정확한 트렌드를 포착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그IA는 지난달 19일 열린 3차 TV토론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12%포인트나 앞섰던 클린턴의 우위가 단 며칠 만에 소멸한 것으로 분석했다.
◆AI로 강력해진 빅데이터 분석
수백개에서 수천만개에 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읽어들여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해내는 빅데이터 분석에 AI가 접목되면서 훨씬 강력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진형 LG CNS 소셜데이터분석팀장은 “단순히 키워드 간 상관관계만 추출하는 방식의 빅데이터 분석은 이미 설 자리가 없어졌다”며 “성별과 지역, 게시물 공유 횟수 등은 물론 ‘좋아요’ ‘화나요’ 등 정서적인 측면까지 모두 반영해야 하는데 AI가 도입되면 이 같은 작업의 효율성과 정확도가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AI와 빅데이터 분석은 이제 선거 캠프마다 필수적인 홍보 도구로 자리 잡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과 2012년 선거에서 이를 활용해 좋은 성과를 낸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선거전에 AI가 활용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인디언익스프레스는 “AI 선거전이 보편화되면 어느 한쪽 진영의 승리를 위해 서로에 대한 혐오를 부추겨 양 진영끼리 정치적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번 미국 대선 과정에서도 나타난 인종이나 특정 그룹에 대한 차별 등의 문제가 앞으로 심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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