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켜진 기업들
트럼프 당선으로 보호무역 강화
국내기업 피해 줄일 방안 마련을
한·미재계회의서 경제협력 논의
[ 김순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주창하는 보호무역주의 탓에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국이 기존에 맺은 FTA를 재협상하면 경영활동에 지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글로벌 생산기지 입지 재검토를 고려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미 FTA 재협상 불가피
한·미 관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미국 대선과 한국 경제·외교안보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연 정책 간담회에서 “트럼프 당선으로 한·미 FTA 개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미국의 개정 요구에 대비해 한국 정부가 국내 피해를 줄일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의 극단적인 보호무역 조치들이 한국산 ┎걀?적용될 경우를 대비해 상품별로 철저히 점검하고, 각종 국내 비관세장벽 실태조사를 엄격히 해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규제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석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전 주제네바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발효된 FTA를 재협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같은 극단적 보호무역 조치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의회를 장악한 주류 공화당원과 트럼프 행정부의 의견이 수렴된 수정 재협상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 한국에 기회될 수도”
한·미 기업인들도 두 나라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국상공회의소는 이날 제28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조양호 한미재계회의 위원장(한진그룹 회장)과 폴 제이컵스 미한재계회의 위원장(퀄컴 회장),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조 위원장은 “미국 대선 과정에서 논의된 안보, 무역, 통상 관련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진전될지 양국 경제계가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며 “이런 시기에 열린 한미재계회의가 경제 협력은 물론 한·미 동맹 강화, 동북아 안보 협력, 통상 현안 해결에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한국에 좋은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 경제인들은 이날 한·미 FTA의 잠재력 실현, 한국 노동시장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각국과 맺은 FTA를 재협상하면 글로벌 생산기지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기아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은 인건비가 미국보다 싼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세우고 NAFTA를 활용해 북미 시장을 공략해왔다”며 “멕시코산 제품에 35%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화하면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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