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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 이대리] SK직원들은 편하게 돈 번다? 완전 오해예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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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위 SK맨들의 남모를 속사정

색다른 계열사 직원들
이노베이션 "언제까지 기름 파나"…텔레콤, 휴대폰 성장 정체
하이닉스는 매일 삼성전자와 경쟁

이노베이션은 '아재 문화' 있어…텔레콤은 명문대 출신 많아 '깍쟁이'
하이닉스는 군대처럼 일사불란

회의에 살고, 회의에 죽는다
'뱀 발견 땐 삼성은 미래전략실에 묻고 현대차는 일단 잡고,
SK는 회의한다'



[ 주용석 / 이정호 기자 ] ‘SK는 편하게 돈 번다’는 인식이 많다. 정유, 이동통신 등 경기를 덜 타면서 꼬박꼬박 현금이 들어오는 사업이 많아서다. ‘SK맨’들의 생각은 다르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내부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입을 모은다. 얼마 전에는 그룹 총수(최태원 회장)까지 나서 “변하지 않으면 돌연사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렸다. 대부분 계열사들이 극심한 성장 정체에 빠져 있다는 진단이다. 계열사들은 미래 먹거리 찾기에 올인하고 있다. SK맨들의 직장 생활을 들여다봤다.

땅 짚고 헤엄친다고요? No, No!!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유가 급락으로 37년 만에 적자를 냈다. 작년과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회사와 직원들이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다가오는 전기자동차 시대는 회사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는 변수다. 한 과장급 직원은 “땅 짚고 헤엄친다는 건 옛말”이라고 했다. SK텔레콤도 비슷하다. 입사 12년차 A매니저(부장 이하 직급)는 “1994년 입사 때만 해도 회사 이익의 90%가 삐삐에서 나왔는데 2~3년 뒤 삐삐가 ‘훅~’ 가더라”며 “휴대폰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 신입사원은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려는 회사 방침에 따라 수시로 조직이나 직무 체계가 바뀌고 있다”며 “통신사 속성상 경기를 안 타고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들어와서 보니 실상은 달랐다”고 토로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우리는 글로벌 최강 삼성전자와 매일매일 경쟁한다”며 “졸면 죽는다”고 했다.

이노베이션 ‘아재’, 텔레콤 ‘깍쟁이’, 하이닉스 ‘군대’

SK의 주력 계열사는 이노베이션, 텔레콤, 하이닉스다. 모두 인수합병(M&A)으로 SK 식구가 됐기 때문에 계열사별 색깔이 다르다. 이노베이션은 전형적인 ‘아저씨 문화’다. 유공(1980년 SK에 인수) 시절 유산이 남아 있다. 2000년 초 복장 자율화 전만 해도 직원들이 모두 검은색 양복만 입고 다녀 회식 때마다 직원들 옷이 바뀌기 일쑤였다. ‘치약 같다’는 말을 들을 만큼 연공서열도 확실했다. 한 직원은 “치약을 짜면 앞에서부터 나오듯 나이 많은 직원부터 승진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지금은 여름철 반바지 출근이 허용될 만큼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 등 사업 다각화로 ‘기름밥 문화(수직적 문화)’도 바뀌고 있다.

텔레콤은 ‘서울 깍쟁이’로 통한다. SK가 1994년 인수한 한국이동통신이 모태다. ‘SK=서울대(S)와 고려대(K)의 약자’라는 말이 나올 만큼 명문대 출신이 많고 연봉도 금융사를 제외하면 국내 1, 2위를 다툰다. 다른 계열사보다 성과주의가 뚜렷하다. 한 매니저는 “텔레콤은 기본급 비중이 낮고 성과급 비중이 높아서 성과에 따라 동기 간에도 연봉이 두 배 이상 차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에 편입되자마자 맏형 이노베이션, 둘째 형 텔레콤을 제치고 그룹의 새 얼굴로 떠올랐다. 지난해 이노베이션과 텔레콤이 각각 2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린 데 반해 하이닉스는 혼자서 5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종종 ‘군대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전신이 현대전자여서 현대의 문화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한 간부는 “반도체 기업은 수백 개 공정이 톱니바퀴처럼 일사불란하게 돌아가야 하는 곳”이라며 “군대식 문화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의 숙명”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호칭도 회사마다 제각각

직원 호칭(부장급 이하)도 계열사마다 다르다. 이노베이션과 SK가스는 사원, 대리, 과장, 부장으로 부른다. SK네트웍스는 여기에 차장 직급이 하나 더 있다. 하이닉스는 사원, 선임, 책임, 수석이다. 텔레콤과 SK E&S는 매니저, 지주사인 SK(주)는 프로젝트 리더(PL)로 통일돼 있다. 이렇다 보니 계열사 직원끼리도 호칭을 헷갈려 할 때가 많다. 그룹 외부 사람을 만나면 “매니解?뭐죠?” 같은 질문을 듣는다. 이런 질문을 피하기 위해 영업직원이나 홍보직원 중에는 명함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이라고 새기고 다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긍정적 평가도 많다. SK텔레콤의 B매니저는 “직급이 통일돼 있으니 함께 일하는 다른 부서 사람이 나보다 상급자인지 하급자인지 따질 필요 없이 업무에만 집중하면 되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회의, 회의, 또 회의

‘사무실에 뱀이 나오면 삼성은 미래전략실에 물어보고, 현대자동차는 일단 때려잡고 보고, SK는 회의를 한다’는 말이 있다. SK맨들은 “다른 그룹보다 회의가 많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한 직원은 “좋게 말하면 합리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진취적이지 못하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한 부장급 간부는 “SK가 M&A를 많이 했기 때문에 생긴 문화”라며 “회의를 통해 SWOT(강점, 약점, 기회, 위협) 분석을 하기 때문에 확 지르는 건 못하지만 큰 실수도 안 한다”고 말했다.

SK가 유행시킨 회의 문화도 있다. ‘캔 미팅(can meeting)’이다. 업무 환경에서 벗어나 가볍게 여는 회의로 경영학원론에도 소개될 만큼 유명하다. SK E&S에 다니는 이모 매니저는 “직원들이 원할 때 카페나 호프 같은 곳에서 편하게 캔 미팅을 열 수 있고 회의비도 회사에서 지원한다”며 “커뮤니케이션이 없고 일방적인 문화보다는 회의가 많은 문화가 더 나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수펙스, 투 비 모델, SKMS… 뭔 말이죠?

영어로 된 용어가 많은 것도 SK의 특징이다. SK 수뇌부에 해당하는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가 대표적이다. 수펙스는 ‘수퍼 엑설런트(super excellent)’의 약자다. 투 비(to be) 모델이란 말도 있다. 예컨대 ‘5년 뒤 이런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개인별, 회사별로 투 비 모델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성과급을 더 받는다. SK의 경영철학은 SKMS(SK경영관리시스템)로 불린다. 인사철에는 EMD(임원 역량개발)가 자주 쓰인다. ‘EMD가 시작됐다’고 하면 임원 인사 평가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한 직원은 “SK에 영어로 된 용어가 많은 것은 그룹 오너들이 미국 유학파 출신인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내놨다.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모두 미국 시카고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직원 복지 ‘짱’, 텔레콤 10년 근무 후 45일 휴가

사내 복지는 SK맨들이 꼽는 SK의 매력 중 하나다. 텔레콤은 매년 20일 이상 정기휴가(연차 15일 이상+체력단련 휴가 5일)와 연 300만원의 자기계발비 외에 10, 15, 20년 장기근속 때마다 특별휴가와 추가 자기계발비를 지급한다. 예컨대 10년 근무 후에는 45일 특별휴가(공휴일 포함)와 200만원의 추가 자기계발비를 쓸 수 있다.

이노베이션은 2주 휴가를 장려한다. 대부분 계열사가 출산휴가 후 1년간 자동 육아휴직을 보장한다. SK서린빌딩(서울 종로구) 등 계열사 사옥에는 사내 어린이집이 마련돼 있다.

주용석/이정호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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